장르물 눈빛…허남준 "멜로 어색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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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르물 눈빛…허남준 "멜로 어색했나요?"

첫 주연작 JTBC '백번의 추억' 멜로 도전
첫사랑 캐릭터…김다미·신예은과 호흡
"로맨스 어려워, 머리 싸매면서 고민"
30대 교복 "안 어울린다고 해 안타까워"
차기작은 임지연과 로코…'멋진 신세계'
"백번의 추억, 두고 두고 꺼내볼 작품"

[나이스데이] 배우 허남준(32)의 장르물 눈빛에 익숙해진 탓일까. JTBC '백번의 추억'으로 첫 주연을 맡아 멜로에 도전했지만, 어색해 보이곤 했다. 김다미(30), 신예은(27)과 케미스트리가 잘 어우러지지 않았고, 첫사랑이 주는 설렘도 부족했다.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2·3(2023~2024)와 지니TV '유어 아너'(2024)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만큼 아쉬움은 더욱 컸다. "허남준은 로맨스가 아니라 장르물 눈빛"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내 연기가 만족스러웠던 적은 없었는데, 그래도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재필'의 순수함에 가장 중점을 뒀고,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멜로 연기가 어색하다'는 반응은, 분명히 나올 수 있는 의견이다. 로맨스는 다른 어떤 연기보다 힘들고, 머리를 싸매면서 고민해야 했다.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더라. 그런 걸 신경쓰고 배우면서 연기했다. 스스로 아쉬움을 느끼기 보다, 연기할 때마다 아주 작은 도전을 하며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더 자신감있게, 작은 도전을 계속하고 싶다."

이 드라마는 1980년대 100번 버스 안내양 '고영례'(김다미)와 '서종희'(신예은)의 우정, '한재필'(허남준)을 둘러싼 첫사랑을 그렸다. '서른, 아홉'(2022) 김상호 PD와 '일타 스캔들'(2023) 양희승 작가가 만들었다. 웹소설 '열녀박씨 결혼계약뎐'(2019) 김보람 작가도 힘을 보탰다. 1회 시청률 3.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2회 8.1%로 막을 내렸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극본·연출 혹평이 쏟아졌다. 7년 뒤 세 사람이 재회하며 2막을 열었는데, 공감하기 어려워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허남준은 "7년 뒤 영례와 친구, 연인인지 모를 듯한 관계로 지내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영례는 정말 순수하다. 첫사랑이 떠나고 연애도 못하고, 아직 사랑이 뭔지도 몰랐다. 둘은 아닌 척 하지만, 관계가 깊어진 느낌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면서 "감독, 작가님과도 회의를 많이 했다. 영례와 종희 가운데서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들지 않도록 수정하고 다듬었는데, 그렇게 느낀 분들도 있다고 하니···. 재필이 어릴 때 질풍노도 시기를 보냈지만, 영례를 통해 성숙해졌고 종희가 나타나니 신경쓰여 했다. 두 사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재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나름대로 극본을 바탕으로 중간에 비어있는 공백을 상상했다. 너무 영화 같은 이야기지만, 재필은 IQ가 높고 머리가 좋다. 공부 안 하던 친구가 갑자기 의사가 됐는데,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집안이 무너졌는데, 그 시대는 먹고 사는 게 엄청 중요하지 않았느냐. 당장 돈을 벌어야 했고, 총명한 머리로 공부해 빛이 발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았다. 현실적으로 직업을 선택해 살아 갔다고 생각했다."

재필은 배다른 동생 '세리'(오은서) 앞에선 무장해제됐다. "집 안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등을 참고했다며 "영유아 시기 부모 역할이 중요한데, 재필은 아버지로 인한 상처 탓에 집에서 아무 감정을 공유하지 못했다. 집이 집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집 안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세리한테 더 잘해줬다. 오죽하면 아버지를 패고 싶어서 복싱을 배우지 않느냐. 남보다 못한 마음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고 짚었다.

30대에 교복을 입어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터다. "처음에 피팅할 때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아버지 사진첩을 봤을 때도 생각보다 엄청나게 이질감이 들진 않았는데, 안 어울린다고 느낀 분들이 있어서 안타깝다"면서 "당시 사진을 보면 되게 성숙해서 '난 괜찮겠지' 싶었다. 점점 그런 의견이 나오는 걸 봤는데, 다음부턴 '말쭉거리 잔혹사' 정도 되면 교복을 입을 것"이라며 웃었다.

헤어, 메이크업 등 고증 문제 지적도 많았다. 영례와 종희가 갑자기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는 설정도 황당했는데, 스타일이 현대적이라서 몰입이 깨졌다. "애초에 드라마 자체가 역사를 고증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제작발표회 때 감독님이 얘기했듯 그때 감성을 가져오면서 현대를 섞여서 레트로 느낌을 내려고 했다"며 "처음에 머리도 여러 시안을 썼다. 실제 그때 사진을 보면 두발 자유화라서 투블럭, 일자바지도 있었다. '유행이 돌고 도는구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게 많았다. 다 같이 회의하고 정했고 묵묵히 받아들였다"고 했다.

첫사랑 캐릭터라서 외모 관리에 공을 들이지 않았을까. "식단 관리와 운동을 열심히 했다. '재수없는 백마탄 왕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부모님이 준 외모가 이 정도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김다미, 신예은씨가 동안이지만, 그걸 신경 쓰면 연기를 못할 것 같았다. 당시 사진을 보면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는 편은 아니다. 자존감을 한껏 올려서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김다미와) 키스신도 처음이었다. 입술 박치기만 해봤는데, 다른 장면할 때와 똑같은 마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두 사람 정서가 잘 보일까' 싶었다. 모래사장에서 컷 하면 뛰어 올라가서 모니터 화면을 확인하고, 감독님, 배우와 계속 얘기하면서 촬영했다. 종례와 영희 입을 가리는 장면이 있다. '어떻게 멋있게 가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집에서 상상이 안 되더라. 날이 추워서 내 손이 차가웠다. 핫팩을 문지르다가 얼굴에 손을 댔다. 마지막 엔딩 장면이고, 운명적으로 부딪치는 장면이라서 공을 많이 들였다."

'남녀 사이 친구 관계가 성립된다'고 생각하는 지 궁금했다. "난 여자인 친구가 없다. 학교 선후배와 어느 정도 연락할 순 있지만, 동기들끼리 본다거나 작업하기 위해 모이는 것 아닌 이상 따로 둘이 보는 경우는 없다. 남녀는 친구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절대 안 돼'가 아니라, 돌아보면 주변에 '여사친'이 없더라"면서 "종례와 영희 중 이상형은 누구냐고? 아무것도 안 해도 편하고, 서로 신경 안 써도 되는 사람이 좋다. 스타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캐릭터로 보면 영례 쪽이 더 가깝다"고 귀띔했다.

허남준은 군대를 다녀온 후 20대 중반에 데뷔했다. 2019년 영화 '첫잔처럼'으로 연기를 시작, 드라마 '미씽: 그들의 있다'(2020) '혼례대첩'(2023) '지금 거신 전화는'(2024~2025) '별들에게 물어봐'(2025) 등에 출연했다. 차기작은 로맨틱 코미디다. 내년 방송하는 SBS TV '멋진 신세계'에서 악질 재벌 '차세계'(허남준)로 분해 조선시대 악녀 '신서리'(임지연)와 로맨스를 그릴 예정이다.

"'늦게 시작했다'는 생각은 안 한다. 주변에 잘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참 많은데, 난 빠른 편이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으면 느릴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과분할 정도로 빨라서 늘 감사하다. 백번의 추억은 두고 두고 꺼내보지 않을까 싶다. 데뷔한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내 작품을 찾아 볼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이 작품은 정말 따뜻했다. 오늘은 내가 가장 순수할 수 있는 날 아니냐. 그 순수함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하면서 살았고, 운 좋게도 현장의 모든 분들이 따뜻하게 대해줬다. 힘이 들 때마다 한 번씩 꺼내보고 싶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