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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의 경우 무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새로운 통상질서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미국 관세 여파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경제 안보와 공급망 안정화, 수출 시장 확보에 나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7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공격 받는 자유무역시대, 주요국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주요국은 신규 FTA 체결 및 중단된 협상 재개, 기존 FTA 업그레이드, 다자·지역 무역협정 가입 등 양자·지역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8월까지 유럽연합(EU)이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FTA 협상을 타결했고 영국·인도도 FTA를 체결했다. EU·인도네시아는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합의에 9년이 걸렸다.
또 인도·칠레, EU·호주, 캐나다·남미공동시장 등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무역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공식화했다. EU·멕시코, 중국·스위스는 FTA를 업그레이드 했다. 영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글로벌 통상 환경이 경제안보 논리로 재편되고 자유무역 기반이 흔들리는 만큼 대미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국가들의 공통점이다.
아세안 시장 개척, CPTPP 가입 추진 등 우리나라도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주력 품목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우리나라가 말레이시아와 FTA를 타결하며 우리 기업들의 수출 확대와 미래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FTA를 통해 자동차·철강·화학 등 우리의 주력품목은 추가 개방을 얻어냈고 농수산물 수입에 대한 추가 개방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한·말레이 FTA가 양국의 국회 비준 동의 등 협정 발효를 위한 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식 발효되면 미 관세로 인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와 철강 분야에서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양국은 한-아세안 FTA 및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대비 가솔린, 하이브리드, 디젤 CKD(완성차 단위별 조립용 부품세트를 수출하는 형태)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고 CKD 전기차 세단 및 SUV의 관세 10%를 철폐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가 아세안에서 두 번쨰로 큰 자동차 시장이지만 자국 기업의 점유율이 60%가 넘어 우리 자동차 브랜드 판매량은 저조한 실정이다. FTA 체결로 우리 자동차의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철강도 수출 증가가 기대되는 분야다. 양국은 냉연·도금강판 등 9개 품목 관세 5%를 철폐하고 열연 등 12개 품목 관세를 15%에서 10%로 감축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가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 산업 확장을 추진하는 것을 고려할 때 철강재 수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CPTPP 가입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표로 모든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고 정부 조달, 지적 재산권, 노동 규제, 금융 등 모든 비관세 장벽을 허물어 자유화하는 협정이다.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회원국이다. 최근 영국이 CPTPP에 합류하면서 회원국은 12개국으로 늘었고 경제권이 유럽으로 확대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멕시코와의 교역을 위해 CPTPP 가입을 서두를 수 있다는 진단이다. 멕시코는 최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최대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활용해 자동차·가전 분야를 중심으로 대미 수출 통로로 멕시코에 활발히 진출해왔다.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우리 기업들에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할 경우 멕시코와의 교역이 더욱 활성화되고 일본 등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가입국 간의 수출과 수입을 통해 미국발 통상 파고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예상이다.
강금윤 무협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2기 관세 조치로 시장 다변화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무역 협정 체결 및 기존 협정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며 "공급망과 수출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FTA 체결을 확대하고 기체결 협정 업그레이드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주요국이 FTA 확대를 통해 다양한 국가적 목표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 또한 FTA를 적극 활용해 내수 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첨단 산업 시장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며 "CPTPP의 경우 가입을 위한 국내 절차를 조속히 재개하고 동시에 우리 취약 분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2025.11.07 (금) 2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