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여파 '나프타 대란'…석화 멈추자 생활·농업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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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중동사태 여파 '나프타 대란'…석화 멈추자 생활·농업도 흔들

나프타 수급난에 여수산단 NCC 가동 중단
정부, 나프타 수출 물량 내수 우선 공급 전환
고유가 대응 25일 공공기관부터 차량 5부제 시행

[나이스데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와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공장 가동 중단과 생활필수품 공급 불안이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수급 차질이 산업현장을 넘어 국민 생활과 농업 현장에까지 다양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수국가산단 공장 일부 멈춰…석유화학 '연쇄 셧다운' 우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는 나프타 원료 수급 차질로 석유화학 공장 가동 중단이 현실화됐다.

LG화학 여수공장은 나프타 도입이 어려워지면서 연간 80만t 규모의 NCC(나프타분해시설) 2공장 가동을 지난 23일부터 중단하고 120만t 규모의 1공장만 정상 운영하고 있다.

인근 석유화학 기업들도 대응에 나섰다. 여천NCC는 OCU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은 예정된 설비 정비(TA)를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업계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4월 이후 공장 가동 중단이 확대되는 '연쇄 셧다운'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화학 공업의 쌀' 나프타 부족…지역 중소기업 직격탄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탄화수소로 플라스틱·비닐·합성수지 등 대부분의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인다.

이란 전쟁 이후 가격은 급등하고 공급은 줄어들면서 포장재와 비닐 제조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눈덩이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광주·전남 중소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체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최대 50% 가까이 상승했고, 포장재 업체들은 원재료 가격이 t당 수십만 원씩 오르며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조사에서도 기업의 70% 이상이 합성수지 공급 축소 가능성을 공지받았고 90% 이상은 가격 인상 결정을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나 가뜩이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쓰레기봉투·식품 포장재까지 영향…생활물가 불안
나프타 원료 부족은 생활필수품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주 지역 쓰레기종량제 봉투 제조업체들도 폴리에틸렌 가격 급등으로 생산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업체는 생산 중단이나 폐업을 검토 중이며 자치단체들도 종량제봉투 재고 확보에 비상이다.

현재 일부 지자체의 쓰레기봉투 재고는 1~3개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포장 비닐 가격 상승은 식품·섬유 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과자·빵 포장재, 의류 포장 비닐 가격이 단기간에 30% 이상 오르는 사례도 나타나며 소비자 가격 상승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농업용 필름·요소비료 공급 차질 우려…농가 전전긍긍
중동발 석유·액화천연가스(LNG) 수급 불안은 시설원예 하우스 딘지가 밀집한 전남지역 농업 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닐하우스에 사용되는 농업용 필름 역시 폴리에틸렌을 원료로 생산하기 때문에 원료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 시설원예 농가 피해가 우려된다.

광주·전남지역 농업용 필름 가공업체들은 현재 4월 말까지 생산할 원료는 확보했지만 이후 공급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시설원예 농가의 경우 여름철 작물 재배를 위해 6~7월에 필름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전쟁이 장기화하면 농업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요소비료 생산 차질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정부가 공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요소비료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생산하기 때문에 LNG 가격이 급등하거나 공급이 줄어들 경우 생산비 상승 또는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국내 요소비료 생산과 수입은 큰 차질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지자체 차량 5부제 시행…나프타 수출 물량 내수 전환 대응
정부와 지자체는 에너지 수급 위기에 대응해 긴급 절약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25일부터 공공기관 차량을 대상으로 5부제를 의무 시행하고 민간에는 자율 참여를 권고했다.

또 LNG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과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확대하고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등 계획예방 정비 중인 원전도 조기 재가동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나프타) 수출 물량 일부를 단계적으로 내수 공급으로 우선 전환하고, 미국·호주 등으로 에너지 수입 선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중동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해 에너지 수급 점검을 강화하고 산업 피해 최소화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24일 전남도는 도청 정철실에서 22개 시·군 지자체와 영상으로 '시·군 부단체장 협력회의'를 열어 중동정세 속 민생 현안 대응을 위한 협력체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광주광역시도 지난 11일부터 중동사태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지역 경제 영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동 상황 관련 비상 경제 대응 전담팀(TF)'을 본격 가동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