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업·소상공인 담합 적용 면제된다…"乙 협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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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업·소상공인 담합 적용 면제된다…"乙 협상력 강화"

공정위, 을의 협상력 강화 제도개편 추진소기업·소상공인 단체협상 통지 즉시 허용중기업 포함시 거래의존도 등 확인 후 면제입찰담합·소비자 대상 담합은 허용대상 제외노조·노무제공자 행위, 공정거래법 적용 면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열린 생존권 사수와 고용 정책 대전환 촉구 범 소상공인 결의대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 등 참가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mail protected]
[나이스데이] 정부가 소기업·소상공인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상대로 단체협상에 나설 경우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정 적용을 원칙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개별 사업자만으로는 거래조건 협상력이 부족한 경제적 약자들이 연합해 가격·거래조건 등을 협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소비자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거나 경쟁제한 우려가 큰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사후적으로 향후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두기로 했다.

주병기 공정위 위원장은 30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을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방안'을 보고했다.

개편안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이 연합해 강자에 대응하는 단체협상 등이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담합에 해당하지 않도록 법 체계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과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이 추진된다.

공정위는 그동안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단체협상을 일반적으로 허용하되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계부처, 학계,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왔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 노동조합, 산업별 협회 등 갑을 양측 이해관계자 의견수렴도 거쳤다.

우선 협상 참가자가 모두 소기업·소상공인인 경우에는 심사 없이 담합 규정 적용이 면제된다.

소기업·소상공인은 연합 필요성이 큰 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적용 대상은 국내 사업자의 98.2%인 816만개사다.

요건은 협상 참가자가 모두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이어야 한다. 업종별 매출액 15억~140억원 이하, 자산총액 5000억원 이하인 사업자가 대상이다. 소상공인도 포함된다.

협상 상대방은 대기업과 모든 중견기업이다. 대기업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로, 약 3300개사다.

소기업·소상공인은 협상 참가자, 상대방, 행위 내용을 특정해 공정위에 통지하면 된다. 통지 즉시 담합 규정 적용이 면제되고 효력은 5년간 유지된다.

[서울=뉴시스]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반도체 공장 내부.(사진=삼성전자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후 통제 장치도 마련된다. 소비자 이익의 현저한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공정위는 향후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예컨대 중간재 공급 중단으로 최종재 생산이 불가능해지거나, 해당 행위로 소비자가격이 현저히 상승하는 경우 등이다. 다만 과거 행위는 담합으로 제재하지 않고 앞으로의 행위만 금지하는 방식으로 법적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선중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현저한 침해는 하위규정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단순한 침해를 넘어 최종재 생산이 불가능해지거나 소비자가격이 몇십%까지 크게 오르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업이 포함된 단체협상은 신고 후 허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적용 대상은 국내 사업자의 1.6%인 13만개사다.

중기업도 단체협상 필요성이 있지만 소기업보다 시장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을 두기로 했다.

협상 참가자들의 연 매출 또는 매입 합산액이 협상 상대방보다 작고, 각 참가사업자의 상대방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30% 이상이어야 한다.

거래의존도는 협상 상대방에 대한 매출·매입액을 각 참가사업자의 전체 매출·매입액으로 나눈 값이다.

상대방은 대기업과 대형 중견기업이다. 대형 중견기업 기준은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등을 예시로 하되 구체적 수준은 시행령에서 정한다.

중기업이 포함된 경우 요건 충족 서류를 갖춰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공정위가 형식적 요건을 확인해 수리하면 즉시 담합 규정 적용이 면제되고 효력은 3년간 유지된다.

이 경우에도 소비자 이익 침해와 경쟁제한 우려가 상당 수준 발생하면 향후 금지명령이 가능하다. 다만 협상 주체 규모와 관계없이 참가사업자 합산 점유율이 20% 이하이면 금지명령을 부과하지 않는다.



허용되는 행위 범위도 넓게 설정된다. 교섭력 강화에 필요한 경우 협상 과정에서 수반되는 사업자 간 가격, 거래조건, 거래량, 거래지역 등에 관한 합의와 정보교환이 허용된다.

공동 납품거부 등 단체행동도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하도급업체들이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공동 납품거부로 대응하거나, 배달앱 입점상인들이 수수료·정산주기 등 거래조건을 놓고 단체협상·단체행동을 하는 경우가 가능해진다.

가맹 분야에서도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인 가맹본부를 상대로 가맹점주들이 단체협상에 나설 수 있다. 다만 가맹본부가 중소기업인 경우에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입찰담합은 허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입찰가와 낙찰자는 협상이 아니라 입찰절차를 통해 결정되므로 협상에 필요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다만 대기업 등이 제도를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 입찰절차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위규정을 보강할 계획이다.

소비자를 상대로 한 가격담합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 개편은 B2B 거래에서 소기업·소상공인 등 을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선 국장은 "B2C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소기업·소상공인의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어서 소비자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경우는 협상력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B2B라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소비자에게 파는 단계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원인으로 소비자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경우 사후 통제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앞에서 최저임금 도급제를 반대하는 경총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mail protected]


노동조합 등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도 명확히 한다.

공정위는 그동안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이라도 사업자적 성격을 갖는 경우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하면 법 위반으로 조치해왔다.

다만 헌법상 노동 3권 보장과 최근 판례 경향을 고려하면 정당한 노동조합 행위에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적용 제외 대상은 설립신고된 노동조합과 소속 노동자, 법원 판결과 노동위원회 결정 등으로 지위를 인정받은 노동조합과 소속 노동자, 노무제공자 행위다.

노무제공자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사람으로 보험설계사, 건설기계기사, 골프장캐디, 택배기사, 화물차주 등이 포함된다.

이들의 행위는 실질심사 없이 조사와 제재가 면제된다. 노동조합 등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의 객체가 되는 경우에는 여전히 공정거래법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선 국장은 "호주의 경우 유사 제도를 10여년 운영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소기업은 통지만 하면 면책하고, 소기업보다 크면 신고 기반으로 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국무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부터 공정거래법과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선 국장은 "법 개정안이 최대한 올해 안이라도 통과되면 좋겠지만 국회 사정을 봐야 한다"며 "가능한 빨리 법 개정안을 마련해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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