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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체류 기간에 본인 확인으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체류 기간에 따라 배달앱 등 각종 앱 사용부터 집 계약까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만큼 체류에 장애가 되는 부분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272만210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해외여행객 수는 직전년도 대비 48.4% 성장하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철도 예매부터 관람 예약까지…단기 여행객 '본인확인 장벽'
한국의 본인확인 서비스가 외국인에게 더 나은 접근성과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본인인증을 하기 위해서는 ARC와 한국 휴대전화 번호가 필요하다. ARC는 한국에 90일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만 발급돼 단기 여행객 등은 받을 수 없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3~2024년 외국인 중 플랫폼 본인인증 관련 관광 불편을 신고한 사례도 있었다. ▲장기 체류자 인터넷 예약·결제 시 인증 문제 ▲해외 발행 신용카드 사용 불가 ▲한국 휴대전화 번호 필수 인증·인증 오류 ▲온라인 결제 실명인증 불가 등이 접수됐다. 이로 인해 철도 예매에 차질을 겪거나 관광지 예매를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모두 '본인확인 장벽'으로 인한 불편이다.
서비스 이용에 제약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대행 서비스도 성행하고 있다. '중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셴위(闲鱼)에는 음식 배달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주문 대행 게시글이 수천 개 게시돼 있다. 공연 예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원더풀리(GoWonderfully) 같은 누리집도 성업 중이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지난해 2월 서울에 새 둥지를 튼 체코 출신 안나(33)는 여전히 서비스 오류 탓에 본인확인앱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도 본인확인이 필요 없는 업체를 골라서 사용했고 ARC를 받기 전까지는 집 계약을 하지 못해 곤란했다고도 토로했다. 안나는 "한국은 웬만하면 다 빠르고 편리하다"면서도 "본인인증만큼은 정말 너무도 불편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일부 우회나 속임수를 사용해서라도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고속버스 예매 등 일부 앱·누리집에 국한됐다.
◆"ARC 발급까지 두 달"…장기체류자 정착에 걸림돌
90일 이상 장기체류자는 ARC를 발급받고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본인인증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ARC 발급까지의 기간이 이들에게는 '정착 공백기'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펙터는 "공연 예매나 주거 계약은 누가 해줄 수가 없어서 곤란했다"면서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없어서 ARC가 나올 때까지는 현금으로 해결해야 했다. 식당에서 친구와 식사하고 나면 꼭 현금으로 돈을 갚아야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2년 전 8월에 한국에 왔는데 ARC는 10월이 돼서야 나왔다. 수령까지 두 달이 걸렸다"며 "휴대전화가 있었지만 e심(eSIM·내장형 가입자 식별 모듈)이었다. e심으로는 본인인증은 안 됐다"고 전했다.
중국인 유학생 줄리아(23)도 ARC 수령까지 두 달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동안 대학생 커뮤니티에 가입하지 못해 학업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결국 가입은 입학 한 학기가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줄리아는 "유학생으로서 정보를 얻을 곳이 별로 없으니 곤란했다"면서 "운이 좋게도 친척이 한국에 거주 중이라서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다른 외국인 친구를 보니 저처럼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엄청나게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척도 도울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집 계약을 못하고 한국의 은행 계좌를 못 만든다. 한번은 여러 친구와 공간을 대관해서 영화 보려고 했는데 본인인증을 요구해서 입장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방통위 "비대면 인정서 발급 개선 추진"
외국인의 한국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관계 부처와 산하기관에서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본인확인을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외국인 대상 비대면 인정서 발급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내 휴대전화를 개통하지 않아 본인확인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한 재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비대면 인정서 발급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국내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며 실제 경제활동을 영위하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대상자는 정부 발급신분증을 보유한 재한 외국인 250만명"이라며 "현재 내·외국인 비대면 인증서 발급 절차는 단문문자(SMS) 본인확인, 은행 계좌 인증, 신분증 인증의 형태이지만 개선안은 여권 정보 확인, 은행 계좌 또는 영상통화 인증, 신분증 인증이 활용된다"고 발표했다.
다만 "개선하려는 비대면 신원확인 체계가 금융위원회의 비대면 실명확인 기준과 부합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대두해 개선안 적절성을 두고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체류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관광공사는 외국인 전용 택시앱을 비롯해 지도·번역·예약 등 7개 앱을 묶어 한국관광 필수앱을 내놓고 12개 교통회사와 협의체를 형성해 외국어 예약 강화 등 서비스 지원에 나선 상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외래객 본인인증 불편과 관련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외국어 대응·해외 발급 신용카드 결제·본인인증 제약 없는 '한국관광 필수앱' 출시와 잠재적 방한객 대상 홍보마케팅을 통해 외래객 편의 개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외래객이 이용할 수 있는 필수앱을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다. 외래객 필수 교통서비스 운영사와 2023년 관광교통 민관협의체를 구축하고 외국어 예약페이지 기능 강화 등 서비스 개선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newsis_bold_start:]]]][[[[:newsis_bold_end:]]]]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