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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자 장사'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눈총에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경기 불확실성 속 자산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 가운데 조기 대선을 전후로 정치권의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금융권의 긴장감은 높아지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1분기 1조697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전년동기(1조420억원) 대비 6553억원(62.9%) 급증한 것으로 역대 1분기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1분기 은행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 관련 충당부채 전입의 기저효과가 소멸되고, 유가증권 수익이 큰 폭 개선되면서 비이자이익이 확대된 영향이다.
신한·하나·우리금융도 이날 나란히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올해 1분기 실적은 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건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세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50%에서 2.75%로 0.75%p 인하했지만,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낮추면서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식으로 꾸준히 이자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커지는 사이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쉽게 돈을 벌었다는 비판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호실적에도 금융사들의 표정이 밝지 만은 않은 이유다.
금융사의 역대급 순익을 바탕으로 정치권의 상생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금융권을 향한 이익 환원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잇따라 은행장 소집에 나서는 등 금융권을 향한 압박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 속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은 금융사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기업 업황이 악화되고, 대출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은 환율 상승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이 급증하지 않도록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실적 증가세가 이어지더라도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