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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캣츠아이 '날리'는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미국 데뷔 차트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미국 유튜브 인기 급상승 영상 순위 최상단에 캣츠아이 콘텐츠가 즐비하다.
'날리 발매부터 현재까지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캣츠아이가 한국과 온라인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했음에도, 미국에서 높은 화제성을 얻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한국 음악방송과 자체 제작 콘텐츠(자컨), 챌린지라는 K-팝의 성공 방정식이 미국시장에서 통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美 인기 파죽지세 '날리', 히트곡 예약
캣츠아이 '날리'는 스포티파이 5월 첫째 주 집계에서 '미국 톱 송 데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차트 10위권 내에 위치한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 미국 팝 밴드 '마룬5' 등 글로벌 톱스타들을 웃도는 숫자다.
미국 톱 송 데뷔 차트는 미국에서 발매된 신곡의 초기 인기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향후 히트 정도를 예측하는데 유용하다. 앞서 한국 기획사에 소속된 아티스트 중엔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의 '핑크 베놈(Pink Venom)'과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이자 팝스타 정국의 '3D'(feat. Jack Harlow), 또 정국이 부른 카타르 피파 월드컵 공식 주제곡 '드리머스(Dreamers)' 등이 이 차트 1위에 올랐다.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소위 '초대박'을 친 곡들이다.
'날리'는 또 스포티파이 미국 일간 차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발매 당일인 지난달 30일 156위로 진입한 뒤, 바로 다음날 77위로 껑충 뛰더니, 발매 약 일주일이 지난 지난 5일에는 54위까지 오름세를 거듭했다. 일각에선 '날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 차트로 꼽히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당혹감에서 환호성으로…K-팝식 퍼포먼스 더한 '보는 음악'의 힘
'날리'가 발매되자마자 이렇게 뜨거운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날리'가 유튜브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처음 공개됐을 때 팬들과 리스너들의 반응은 당혹감에 가까웠다. '날리'가 캣츠아이의 기존 히트곡 '터치(Touch)'나 '데뷔(Debut)'와는 사뭇 다른 감성을 담았기 때문이다.
하이퍼 팝 장르에 댄스와 펑크 요소가 더해진 '날리'는 멜로디보다 비트에 힘을 싣은 실험적인 곡이었다. 여기에 최근 K-팝의 '이지 리스닝' 트렌드에서 벗어난 직설적인 가사, 강렬한 안무를 앞세운 '걸크러시' 스타일이 더해지면서 팬들의 반응은 "최고다"와 "난해하다"로 갈렸다.
엇갈린 평가는 한국 음악방송 무대가 공개되면서 호평 일색으로 반전됐다. '날리' 퍼포먼스가 최초 공개된 5월1일 엠넷 '엠카운트다운' 무대 영상은 유튜브 미국 인기 급상승 음악 영상 순위 5위에 올랐다. 골반이 분리된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아이솔레이션'과 힘이 넘치는 '트월킹'이 주는 칼군무의 짜릿함에 팬들은 환호했다. "한 차원 높은 퍼포먼스", "퍼포먼스로 곡이 완성됐다"는 댓글 반응이 줄을 이었다.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가 노래와 어우러지며 '보는 음악'으로서 재평가가 이뤄졌다. 엠카운트다운 무대 직후 '날리' 뮤직비디오는 6위, 멤버들의 뮤직비디오 리액션을 담은 영상도 7위로 오르며, 해당 차트 5위부터 7위를 캣츠아이가 점령했다.
화제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날리' 뮤직비디오는 미국 인기 급상승 영상 순위 1위에 올랐으며, 8일에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KBS 2TV '뮤직뱅크'의 '날리' 무대 영상과 엠넷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춤'의 '날리' 티저 영상도 미국 인기 급상승 음악 영상 순위권에 진입했다. 한국 음악방송 무대가 미국 유튜브 인기 영상 순위 최상단에 위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날리'가 미국 내 기존 K-팝 팬덤을 넘어 일반 대중에게까지 소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초 '호-불호'가 나중의 환호로 바뀐 대중 반응은 발매 전부터 어느 정도 내부에서 예상됐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캣츠아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숏폼 콘텐츠에서 멤버들은 "처음에는 이 노래를 듣고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두 세 번 듣게 되면 '와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콘텐츠에 대해 "이 영상은 '날리'가 나오기 전에 촬영됐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댓글이 약 1만5000개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멤버들의 발언이) 미친 듯이 정확하다"는 댓글도 1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얻었다. 노래 제목인 '날리'가 멋지고 놀라운이라는 뜻과 험악하고 투박한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K안에서 K-팝의 경계를 허물다…캣츠아이 '글로벌 크로스오버' 전략
캣츠아이 그리고 '날리'는 K-팝의 본질(K)은 유지하면서 그 경계와 한계를 확장하려는 음악적 시도로 평가된다. 캣츠아이는 그간 K-팝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장르와 다국적, 다인종으로 구성된 글로벌 걸그룹이라는 특색을 통해 K-팝 팬덤 바깥에 있는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캣츠아이는 K-팝 문화의 핵심 요소도 두루 섭렵하는 크로스오버적인 면모를 보인다.
캣츠아이는 K-팝 데뷔 시스템을 거쳐 탄생했다. 하이브 글로벌 오디션 프로젝트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를 통해 전세계에서 모인 12만명 중 1년에서 1년반에 달하는 치열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 6명의 멤버가 선발됐다. 데뷔 과정은 '팝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를 통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방송됐다. 최근 대형 기획사의 신인 그룹이 선발과 데뷔 과정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데뷔 전부터 팬덤을 형성하기 유리한 방법이다. 실제로 캣츠아이는 K-팝 시스템에 힘입어 데뷔 직후 팬덤 플랫폼 위버스 기준 수십만에 달하는 팬덤을 보유할 수 있었다.
활동 방식도 K-팝 그룹과 닮아있다. 휴식기에도 자체 콘텐츠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K-팝 그룹과 다채로운 챌린지 영상도 캣츠아이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요소 중 하나다. 캣츠아이는 '날리' 활동에서도 르세라핌, 아일릿,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보이넥스트도어, 투어스 등 다양한 하이브 아티스트들과 챌린지를 통해 K-팝 팬덤 내 관심도를 끌어올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기반을 둔 현지화 팀이지만 컴백 무대로 한국 음악방송을 택한 것도 크로스오버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퍼포먼스 연출에 특화된 한국 음악방송의 카메라워크, 무대 디자인, 조명을 십분 활용한 영리한 선택이다.
K-팝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을 추구하는 캣츠아이의 행보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K-뗀 K팝' 구상과 일치한다. 방 의장은 최근 수년간 "K팝은 이제 더 넓은 시장에서 더 넓은 소비자층을 만나야 한다. 우리가 글로벌하게 보편적 가치에 접근할 수 있는 출구와 입구들을 많이 만들어야 된다"고 말해왔다. K-팝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더 넓은 가치, 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그룹과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방 의장은 K-팝의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K-팝에 대한 존중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지난 2023년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 기자간담회에서 "(캣츠아이) 활동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며, 각각 인재들과 연결된 국가, 문화권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면서도 "K-팝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우리 그룹에 매우 중요한 활동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는 "하이퍼팝 장르 영역을 K-팝 걸그룹 캣츠아이가 과감한 형태의 음악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과격한 하이퍼팝의 상징적인 소리를 K-팝 스타일로 다듬어 내놓았다"라며 "특히 무대 위 역동적인 표정 연기와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가 곡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화 그룹 가운데 캣츠아이가 가장 국내외에서 일치된 호평을 받으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 현지 정착 및 국내 조화의 시기를 넘어 캣츠아이만의 음악, 캣츠아이만이 가능한 여러 가능성을 시험해볼 때이고, '날리'는 그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 같은 곡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