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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양국간 무역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를 도입했고, 지난달 2일에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통상환경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이후 주식과 채권 시장이 급락하자,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10% 기본관세 외에 상호관세는 90일간 적용을 유예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과 협상 단계에 접어들었다.
품목별 관세에 상호관세까지 부과받은 세계 각국은 부리나케 워싱턴DC를 찾아 협상 의사를 타전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지난달 한미 2+2 통상협의를 기점으로 논의에 사실상 협상에 돌입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첫번째 무역협상의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전세계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국가들은 이번 합의를 보고 향후 협상 전략과 목표를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목되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고, 철강 관세는 철폐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매년 영국산 자동차 10만대에 대해서는 자동차 관세 25%를 모두 적용하지 않고, 10% 관세만 적용키로 했다. 제한 물량을 넘어설 경우엔 25% 관세가 적용된다. 또한 영국산 철강에 대해서는 25% 품목 관세를 아예 철폐할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세계 각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유연성이 있다고만 밝혔을 뿐, 명확한 범위는 설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의 사례에서 품목별 관세, 특히 자동차과 철강 관세도 조정이 가능함이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안보 개념을 들어 영국산 철강, 의약품 등에 대해 유화적인 입장을 취한 점도 한국이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조선협력 확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데, 조선업이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한미간에 구축된 반도체, 배터리 공급망도 협상에 이롭게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에 대한 10% 기본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점은 향후 협상의 어려움을 예고한다.
영국은 대미무역에서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10% 관세를 면제받지 못했다. 한국은 25% 상호관세 전면 철폐를 목표로 하고있지만, 막대한 대미무역 흑자를 감안하면 협상 여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0% 기본관세가 협상의 기준(a template)이 되느냐는 질문에 "많은, 일부 국가들은 더 높을 것이다. 그들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며 "10% 기준은 아마도 가장 낮은 것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협상이 상호관세 유예기간인 90일보다 훨씬 길어질 가능성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날 무역합의를 발표하긴 했으나, 세부 조율에는 최소 몇주에서 몇달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쟁점이 크지 않은 영국과도 이렇다면, 다른 국가들과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구체적 조항을 마련하기 위해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앞으로 몇달동안 만나야할 것이다"며 "까다롭고 어려운 과정이 될 수 있으며, 합의가 결렬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고 지적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