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아도 안지워져"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에 분진 피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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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아도 안지워져"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에 분진 피해 확산

광주공장 인근 주택가 차량·창문 검은 얼룩 뒤덮여
불에 탄 고무 물질 가라앉아 도심 곳곳 낙하 추정
광주 전역 피해 우려…광산구 보상 계획·방안 논의

[나이스데이] "닦아도 지워지지 않아. 이를 어째…"

18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에서 만난 주민 A(41)씨는 자신의 차량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검은 분진이 내려 앉아 얼룩져있었다. 손가락으로 얼른 얼룩을 지워보려고 했으나 오히려 검은 얼룩이 더 번질 뿐이었다.

물티슈와 마른천 등을 이용해 몇 번을 닦아봤지만 일부 얼룩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A씨는 "세차를 해봐야 알지만 분진 피해가 너무 심하다"며 "이게 지워질 지 모르겠다. 피해 보상은 가능할 지, 언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씨가 거주하는 229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지상주차장에는 100여대가 넘는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검은색 차량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 보였으나 흰색이나 회색 차량은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얼룩의 흔적이 심했다.

인근 또 다른 180가구 규모 아파트단지 역시 지상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 수십대가 비슷한 분진 피해를 입었다. 주변 상가건물 창문이나 아파트 각 가구 창문에도 분진 피해가 발생했다.

차량과 주택 창문 등에 묻은 얼룩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인해 분진 피해로 파악된다. 화재 열기로 발생한 상승 기류를 타고 올라간 물질이 고형화돼 지상에 내려앉으면서 분진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은 "연기, 열기와 함께 불에 탄 물질이 상승 기류를 공중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가라앉으면서 분진 피해가 발생한다"며 "큰 화재의 경우 5㎞까지 날아간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화재 분진의 경우 타이어 생산에 필요한 고무가 불에 탔기 때문에 분진 역시 고무 물질일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가 발생한 전날 검은 연기가 광주 전역에 퍼졌다는 점에서 도심 곳곳 분진 피해가 우려된다.

광산구 관계자는 "소촌동 뿐만 아니라 인근 송정동을 비롯해 곳곳에서 분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실무부서, 관계부처 등과 분진 피해 보상 계획·방안 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전 7시11분께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내 2공장(서편) 원자재 제련동에서 불이 났다. 불길이 생고무 20t과 샌드위치 패널 구조 공장 건물 여러 개를 태우면서 광주 전역에 분진과 매캐한 연기 냄새가 퍼지기도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