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오월을 쓰다' 5·18기념식…대선주자들 헌법 수록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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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오월을 쓰다' 5·18기념식…대선주자들 헌법 수록 의지

초유의 대통령·총리 궐위기념식, 이주호 대행 기념사
이 대행 "연대·통합의 오월정신, 지금 필요한 가르침"
예술로 승화한 시민군 일대기 조명…오월 계승 다짐
대선주자들 일제히 "오월 광주정신, 헌법 수록 찬성"

[나이스데이] 민주주의의 뿌리로 굳건히 자리 잡은 오월 영령의 항쟁 정신을 기리는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 기념식이 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엄수됐다.

문화·예술로 승화한 시민군들의 일대기를 재조명했고 오월 정신의 계승 의지가 담겼다.

각 당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오월 정신의 헌법 전문(前文) 수록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총리 동반 궐위로 역대 처음 권한대행이 기념사를 했지만 원론에 그쳤다.

◆ '함께 오월을 쓰다'…역대 첫 대행 기념사

'함께, 오월을 쓰다'를 주제로 열린 기념식에는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5·18유공자, 유족과 각 대선 후보, 주요 인사, 학생 등 2500여명이 참석했다.

대선 주자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참석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불참했다.

기념식은 대통령 파면과 총리 궐위로 이 권한대행이 자리를 지켰다. 대통령 궐위 중 기념식이 치러진 것은 역대 최초다.

기념식은 국민의례, 여는 공연(추모시 낭독), 경과 보고, 희생자 소개·추모곡 공연, 기념사, 미래세대 대합창,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펼쳐졌다.

이 대행은 기념사에서 "피 끓는 오월 영령들의 외침과 이웃을 내 가족처럼 보듬는 공동체 정신이 하나 돼 오월의 정신이 되었다. 그 오월의 정신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세워졌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의 역사를 넘어 우리 모두의 역사다. 대한민국은 지금 곳곳에 갈등과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 45년 전 오월의 광주가 보여주었던 연대와 통합의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이다"고 강조했다.

기념식은 참석자가 모두 손을 맞잡고 오월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 대행과 대선 주자들도 소복 차림의 오월 어머니들과 손을 맞잡고 흔들며 불렀다.

이 대행은 5·18묘지 방명록에 '민주주의와 정의를 향한 오월의 정신,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다만 기념식은 전례 없는 '대대대행'이 참석해 무게감이 떨어졌다. 행사도 40분 만에 끝나 통상적인 45~50분보다 짧게 종료됐다.

◆ 소설·노래로 우리 곁에 숨 쉬는 시민군

기념식에서는 문학과 예술을 통해 되살아난 최후 항쟁 시민군들의 일대기가 재조명됐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작품 '소년이 온다'에서 다룬 '고교생 시민군' 고(故) 문재학 열사와 오월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 '시민군 대변인' 고 윤상원 열사의 생애가 소개됐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실존 인물인 문 열사는 1980년 고교 1학년 재학 중 항쟁을 맞았다. 동창이었던 양창근 열사가 숨져 있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시민군에 합류했다.

문 열사는 전남도청에서 시신 수습과 유족 안내를 도왔고, 최후 항전 과정에서 같은 학교 동급생 고 안종필 열사와 함께 숨졌다.

기념식에서는 창작 판소리 '윤상원歌'가 펼쳐졌다. 1부 '소리꾼 윤상원'과 2부 '시민군 윤상원'으로 구성된 작품은 윤 열사의 생전 고뇌를 예술로 풀어냈다.

윤 열사는 새벽 시민군 대변인으로서 최후 항쟁까지 전남도청을 지키다 계엄군 총탄에 맞아 산화했다. 사후에는 예술로서 그를 추모하는 작품들이 연이어 발표됐다.

1982년 2월 윤 열사와 고 박기순 열사의 영혼 결혼식이 열렸고, 이들의 넋을 기리고자 '임 행진곡'이 만들어졌다. '임 행진곡'을 기반으로 뮤지컬 '상원'도 제작된 바 있다.

기념 영상 '내일을 쓰다'에서는 광주 시내 5·18사적지를 도는 518번 버스 노선을 따라가며 5·18에 대한 의미를 되새겼다.

◆ 대선주자 "오월정신 헌법에 담자" 한목소리

6·3 대선을 보름 가량 앞두고 맞는 항쟁 45주기인 만큼,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오월정신의 헌법 수록 의지를 표명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을 수록하자. 민주주의의 산 역사를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한층 더 굳건하게 지켜나가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마항쟁과 6.10항쟁,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으로 이어진 국민 승리의 역사가 헌법에 수록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기념식에 불참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선대위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적극 추진해 국가가 책임지고 역사적 정의를 완성할 수 있도록 오월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했다.

또 "이제 우리는 5·18 영령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5월 정신을 계승해야 하는 막중한 역사적 사명을 부여 받았다. 5·18은 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돼야 한다. 더 이상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소재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기념식 참석 직후 취재진에게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꾸준히 긍정적 입장을 표명해왔다. 실제 개헌이 추진된다면 긍정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월정신 헌법 수록을 둘러싼 견해 차에 대해선 "모두 열어놓고 보기 때문에 (헌법 수록에) 긍정적"이라고 거듭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 대행의 기념사는 5·18정신 계승에 대한 원론적 언급만 있고, 헌법 수록은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5·18 헌법 수록은 여야가 이견이 없지만 개헌 논쟁 등이 얽혀 공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모든 대선 후보들이 강한 의지를 표명했고,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된 만큼 헌법 수록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12·3계엄 정국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용기의 근원으로 불의와 맞선 5·18항쟁의 헌정사적 의의가 더욱 부각됐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