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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위험을 '회색 코뿔소'에 비유한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우리 경제가 미국이나 독일처럼 잠재성장률 반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가혁신체제(National Innovation Systems·NIS)'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 회장)는 19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도곡동 캠퍼스에서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주최로 열린 '2025 혁신과 미래전략 심포지움'에서 '한국경제의 혁신체제와 미래전략'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이근 교수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미국 대비 약 70% 수준에서 멈추고,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다시 2% 아래로 떨어진 사실을 '두 개의 벽'으로 규정했다. 또 한국 경제가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인해 국내 제조업과 수출 기반이 흔들리는 복합 위기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혁신체제는 기술 혁신에 관련되는 기업, 대학, 금융기관, 정부 등 혁신 주체들의 역량과 이들 간 상호 작용 효율성을 칭하는 개념이다.
이 교수는 한국이 1980년대 이후 기술 주기가 짧은 휴대전화 등 분야에 특화해 시장에 진입하고 기술 추격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기술주기가 긴 바이오, 부품소재 등에도 진입하고 있지만 아직 미완성 단계에 있다고 짚었다.
우리 산업이 기술 다각화와 내재화에서는 진전을 보였지만, 융복합도와 혁신 집중도 측면에서 선진국 대비 취약하고, 기존 소수 대기업 주도 혁신 체제로는 추격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3개 분야에서 '새로운 결합(new combination)'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주기 산업의 진입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추격 ▲노사 간 생산성 제고를 위한 '새로운 대타협' ▲IT·BT·NT 등 이종 기술의 융복합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혁신 생태계 다층화를 통해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 동력을 다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움은 인구위기와 인공지능(AI) 기술 혁신,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 등 급격한 국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 미래 성장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의 대표적 정책 전문가들이 혁신경제, 규제개혁, 인구문제, AI 기술패권 시대, 통상·산업 정책 및 금융시장 선진화 전략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혁신경제를 위한 규제개혁 전략' 발표에서 규제개혁이 혁신경제의 필수 전제라고 강조했다.
김태일 교수는 국회 '규제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의원입법도 규제영향평가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규제입법 영향평가제 도입으로 신산업 걸림돌 규제를 선제적으로 개혁하고, 한시적이지만 강력한 개혁 주도 조직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또 이같은 개혁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행정부·국회의 협력이 있을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강호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인구위기로 인한 축소사회 대응 전략' 발표를 통해 저출생으로 인해 2072년에는 한국 인구가 3622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호 교수는 축소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전면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직속 '국가혁신추진위원회(가칭)'와 예산 기능과 인구 기능을 합친 '기획예산인구부(가칭)' 창설을 제안했다. 또 ▲인구 감소로 발생한 과잉 인프라 통폐합 ▲고령인구 활용을 위한 정년 연장 ▲외국인 인력 활용 강화 ▲AI를 활용한 노동력 부족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오태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AI로 인한 기술패권 시대의 생존 전략' 발표에서 향후 생성형 AI, 피지컬 AI, 범용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태석 원장은 AI 산업 밸류체인 중 어느 분야에 집중할 것인지, 정부와 민간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주권 확보를 위한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AI 제조 등 피지컬 AI 대응 ▲AI 우수인재 양성과 해외유출 방지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