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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광주·전남의 투표율 목표를 90%로 정했으나 일부 성과주의에 매몰돼 실적을 위한 과열 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중앙선대위가 '압승' 등 낙관론 금지령을 내렸음에도 대선이 끝난 후 논공행상이나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고 선거운동과 호남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민주당 광주선대위에 따르면 지난 21일 봉선2동 상인연합회와 생활단체 대표 등 주민 20여명이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봉선2동이 지역구인 동남갑 정진욱 국회의원과 임미란 광주시의원도 참석했다.
봉선2동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광주에서 가장 높은 21.9%의 득표율을 올려 민주당이 공을 들이고 있다.
당초 기자회견은 지난 19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광주선대위가 연기하도록 했다.
대신 광주선대위는 하루 뒤인 20일 김민석 중앙선대위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신정훈 중앙선대위 조직본부장, 양부남 광주선대위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봉선2동 한 카페에서 주민 10여명과 경청 간담회를 가졌다.
문제는 이날 경청 간담회가 열린 봉선2동이 지역구인 정진욱 의원이 반발하면서 불거졌다.
정 의원은 간담회 전 카페에 들러 "이런 선거운동은 보지도 못했다. 골목마다 사람을 만나러 다니며 선거운동을 해야지 이런 방식으로 하는게 어딨냐"고 고함을 친 뒤 현장을 떠났다.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연기하도록 한 데 대한 항의성으로도 비춰졌다.
정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의 수행실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경청 간담회에 참석한 봉선2동 주민 10명 중 일부는 민주당 당원이 빈자리를 채워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민주당 내 사전조율이 원만하지 않아 김민석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의 참석 여부도 행사 시작 전까지 오락가락했다.
민주당 내 중량급 인사들이 광주와 전남에서 선거운동을 하거나 잇따라 방문하는 것을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친명(친 이재명)'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이달 들어 광주를 두번 방문해 민심을 청취했다. 정 위원장 광주 방문에는 민형배 K-이니셔티브 위원장이 동행했다.
광주·전남과 별다른 연고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정청래 의원은 광주·전남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지역에서 '한 달 살이'를 하며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다.
호남권 권리당원은 대략 37만명에 달하며 이는 민주당 전국 권리당원 112만명의 33%를 차지한다. 대선 후 차기 당권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광주·전남의 지지가 절실하다.
이 때문에 차기 당권 주자들이 이번 대선 선거운동을 광주와 전남에 징검다리를 놓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은 민주당 선대위가 광주·전남의 투표율 목표를 90% 이상으로 정한 뒤 지방의원 등 선거운동원을 극한으로 몰아붙이고 있어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호남은 투표율이 곧 득표율과 연동된다는 점에서 목표 투표율 90%를 넘어 김대중 전 대통령 출마 때 최고치였던 호남 투표율 92.4%(13대)까지 뛰어넘겠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 일당독점 체제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는 지역 유권자들에게 오만스럽게 비춰져 오히려 투표율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민주당 본산인 광주·전남에서는 대선 논공행상을 염두한 당내 계파 간 갈등이 일반 유권자들에게까지 삽시간에 퍼질 수 있는 점도 악재다.
광주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민주당 한 정치인은 "대선 선거운동 시작 후 선대위와 조율되지 않은 행사들이 벌어지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중량급 인사들이 국회의원과 무리지어 다니고 그들의 갈등에 일선 선거운동원들은 눈치만 보고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