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간호사 교육주체는? 의료사고 책임은?…커지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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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간호사 교육주체는? 의료사고 책임은?…커지는 논란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주체 '의사VS간호사'
전공의도 피소 빈번…의료사고 책임 누가

[나이스데이] 정부가 내달 시행되는 '간호법'에 포함된 진료지원(PA) 간호사(전담 간호사) 합법화의 최대 쟁점인 업무범위를 공개한 후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 주체, 의료사고 책임 소재 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간호법 하위법령(간호사 진료지원 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에는 전담 간호사들이 가능한 의료행위 7개 분야 45개 의료행위가 포함됐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 갈등 이전에 전공의들이 주로 담당해온 골수에 바늘을 찔러 골수조직을 채취하는 골수천자, 피부 봉합, 의료용 관 삽입, 진단서 초안 작성 등의 의료행위들이다.

진료지원 업무 자격은 간호법에 따라 자격을 보유한 전문 간호사(석사), 임상 경력 3년 이상이면서 교육 이수 요건을 충족한 전담 간호사로 규정됐다. 전담 간호사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간호계의 숙원이었다. 전국에서 4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전담 간호사는 수술·시술 보조 등 일부 의사 업무를 대신해왔다. 하지만 의사, 간호사와 달리 의료법상 전담 간호사는 명시돼 있지 않아 의료사고가 나도 의료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문제는 복지부가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을 병원 등 의료기관에 맡기겠다는 방침인 가운데, 전담 간호사 교육 주체를 두고 의사단체와 간호단체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단체는 전담 간호사는 의사의 위임 하에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만큼 교육의 주체는 의사, 교육기관은 의료기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진료지원(전담) 간호사의 역할은 의사가 하는 업무의 일부를 해당 병원에서 위임 받아 의사의 지도 하에 진행하기 때문에 의사가 교육해야 한다"면서 "교육해야 하는 현장도 해당 병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와 논의를 거쳐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주체와 교육기관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반면 간호단체는 간호 실무와 교육의 전문성을 고려해 의료기관이 아닌 간협이 전담 간호사 교육기관 지정부터 평가·운영까지 총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간협은 "교육 체계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임 간호사의 구두 전수에 의존하는 ‘비공식 교육’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제도적 착취"라면서 "전담 간호사 교육과정(이론·실기·실습)은 간협이 주관해 교육기관을 관리·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서 의료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도 논란거리다. 자칫 의료의 질이 저하되고 의료계 내부의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A 교수는 "아무리 완벽하게 진료해도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의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기존에는 (전담 간호사가)의사의 보조였기 때문에 의사가 책임을 졌지만 앞으로 환자가 잘못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를 두고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응급의학과 등 전공의들도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도하다가 환자가 잘못되면 법적 안전망이 헐거워 보호자로부터 소송을 당해왔다. 전공의들이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의료사고 발생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진료지원 행위는 골수 채취, 비위관(콧줄) 및 배액관 삽입·교체·제거, 골수 및 복수 천자, 기관 절개관 교체 등이다.

A 교수는 "비위관 삽입은 인턴(전공의)이 해도 사고가 많아 의료 소송 사례도 많이 봤다"면서 "코에서 위로 영양액을 제대로 넣지 않으면 역류해 흡인성 폐렴이 생겨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골수·복수 천자는 고연차 전공의도 하기 쉽지 않아 감염 등 합병증이 많이 발생한다"면서 "기관 절개관 교체도 잘못하면 환자가 호흡 정지로 사망할 수 있어 의료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는 향후 전담 간호사의 업무범위 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담 간호사 제도화 이후 의료사고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했다.

박혜린 복지부 간호정책 과장은 “진료지원 업무 제도화는 그간 업무를 수행한 인력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추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전담 간호사의 의료사고 책임 여부는) 의료 행위 수행 양태와 상황을 고려해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