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도 극한 폭염 속 발전소 건설 구슬땀…팀코리아 '제2의 중동붐'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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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6도 극한 폭염 속 발전소 건설 구슬땀…팀코리아 '제2의 중동붐' 이끈다

사우디 자푸라 열병합·루마 가스복합 가보니
한전, 자푸라 가스플랜트 전용 발전소 수주
삼성·현대, EPC 참여…두산에너빌, 건설 시공
루마, 한전 30% 지분…ACWA·SEC 조인트벤처
엑스포·월드컵에 발전·송전망 수요 증가 기대

[나이스데이] "중동 지역에서 중국이 치고 올라오긴 해도 아직 발전 건설 분야는 한국 EPC(설계·조달·시공)를 가장 많이 찾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한국 EPC를 잘 관리할 수 있어 사업자 측면에서 강점이 있고 수출입은행 같은 든든한 금융기관 백업이 있으니 팀코리아가 해외에서 사업을 활발히 할 수 있는 것이다"

한전을 필두로 한 팀코리아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연속으로 수주하며 '제2의 중동붐'을 이어가고 있다. 이역만리 떨어진 사우디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팀코리아를 만나기 위해 지난 21일(현지 시간) 사우디의 자푸라 열병합 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았다. 이날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만난 김희중 한전 자푸라 사업법인 건설소장은 팀코리아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며 이같이 말했다.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동쪽으로 300㎞ 떨어진 자푸라 발전소를 방문하기 위해 사우디 제3의 도시 담맘에서 80㎞, 2시간가량 차로 이동했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길에는 사람은 물론, 자동차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낙타만이 끝없이 펼쳐진 사막 위에 앉아 있었다.

자푸라 발전소의 진입로는 제대로 닦여있지 않았기에 발전소 측에서 기자단을 데리러 나왔다. 현지 임직원들은 '2년 전 착공 당시만 해도 이곳이 모두 비포장 도로였으나 현재는 천지개벽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농담처럼 한 말이겠지만 오히려 현장의 열악함이 와 닿아 웃을 수가 없었다.

포크레인, 컨테이너 박스들이 늘어져 있는 모습에서 건설 현장이라는 게 실감 났다. 안전에 대한 위험이 도사리는 만큼 우선적으로 안전 교육을 진행했다. 안전화·안전모·보안경까지 챙기고 나서야 현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교육을 받았던 컨테이너를 나서자마자 '찜통더위'라 불리는 한국의 더위와 비교가 안 되는 중동 사막의 열기가 밀려왔다. 이날 현지온도는 44도, 체감온도만 46도에 달했다. 건조한 히터 바람을 코앞에서 받아내는 듯한 열기에 숨통이 조여왔다.



거세게 부는 모래바람으로 인해 눈조차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국내 발전소를 방문할 당시엔 착용하지 않았던 보안경이 왜 사우디에선 필요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질문을 하는 찰나에도 모래가 입안으로 들어와 어금니를 씹을 때마다 서걱거렸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팀코리아는 자푸라 열병합 발전소 건설에 한창이었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의 셰일가스 매장 지역인 이곳에서 자푸라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 140조원이 투입되는 메가 프로젝트다.

한전을 비롯한 팀코리아는 가스 플랜트에 활용될 전력과 증기를 만드는 전용 열병합 발전소를 건설·운영할 계획이다. 가스 플랜트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으면, 열병합 발전소는 전력과 증기를 만들어 다시 가스 플랜트로 보낸다. 에너지가 순환되는 구조로 돼 있는 셈이다.

자푸라 열병합 발전소는 317㎿ 전력과 시간당 증기 315톤을 공급한다. 출력만 따져봤을 때 열병합 발전소인 만큼 석탄화력 발전소나 가스복합 발전소보다는 규모가 작았다.

한전을 주사업자로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및 현대건설 등 국내 기업이 EPC에 참여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건설 시공을 맡았으며 기자재엔 효성, LS 산전, 일진전기, 다산 DTS, 경일 엔지니어링 등이 참여하고 수은이 수출금융을 뒷받침한다.

건설 이후 운전과 정비는 한전과 한전KPS가 합작해 맡는다. 한전은 팀코리아의 동반진출을 통해 6억600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기대한다.



건설 공정률은 97%로, 현장은 10월 준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노란색 가스터빈 건물과 주보일러(HSRG) 설비가 직렬로 이어져 있는 게 시선을 끌었다. 주보일러 설비엔 보조보일러 2대가 연결돼 있어, 유사시에도 운전이 멈추지 않도록 설계돼 있었다.

가스터빈 길이는 17.2m, 주보일러 높이는 52m, 보조보일러 2기의 굴뚝 높이는 60m에 달했다. 이런 높고 긴 설비가 모두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점이 이례적이었다. 고온과 모래바람으로 인한 장비 훼손 수리 비용보다 덮개 비용이 더 높아 외부 노출형으로 설계한 것이다.

이어 뒤편으로 이동해 공랭식 응축기 설비를 살펴봤다. 공랭식 응축기는 총 15개로, 축구장 절반 면적의 직육면체 건물이 지상에서 3층 높이에 떠 있는 형태였다. 팬이 돌아가며 뜨거운 증기의 열을 식혀 다시 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보통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데, 중동은 물이 부족한 탓에 공랭 방식을 사용한다.

한전은 자푸라 1단계 사업을 확장한 2단계 사업 수주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입찰서를 단독으로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임진웅 한전 사우디 자푸라 사업법인장은 "2단계 수주 준비 협의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결과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며 "현대에 이어 한전도 2단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에서 '제2의 중동붐'을 이끌고 있는 팀코리아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는 루마 가스복합 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지를 찾았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방문한 루마 사업 예정지는 아직 모래 바람만이 지나가는 빈터였다.

리야드에서 북동쪽으로 85㎞, 차로 2시간 떨어진 이곳은 내륙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모래가 펼쳐진 지평선엔 송전탑이 불규칙적으로 늘어서 있었다.

루마 가스복합 발전소를 비롯해 인근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리야드까지 이어주는 380㎸ 송전탑들이었다. 한국 기준으로 보면 345㎸ 송전탑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근에 주거지가 없다 보니 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갈등, 지중화 작업 등은 고려되지 않는다.

루마 가스복합 발전 사업은 한전이 30%, 현지 에너지 기업인 아크와 파워(ACWA Power)가 35%, 사우디전력공사(SEC)가 35% 지분을 가진 특수목적법인(SPC) '리말 에너지 컴퍼니(Remal Energy Company)'를 통해 조인트벤처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와 중국기업인 셉코3(SEPCO3)가 컨소시엄을 꾸려 EPC를 맡는다. 루마 가스복합 발전소의 규모 1890㎿다. 한전은 사우디전력조달청(SPPC)과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고 건설 이후 향후 25년간 전력을 판매할 예정이다.




기자단이 방문한 이날 정오 기준 기온은 42도였다. 공터뿐인 현장엔 그늘 한 점 없었다. 고온으로 달궈진 지표면에 강풍이 불며 모래 소용돌이가 현장 곳곳에서 나타났다. 모래먼지를 줄이기 위해 살수차가 지나다니며 바닥에 물을 뿌렸다.

무더위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엔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는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이에 작업자는 보이지 않았으나, 멈춰 선 포크레인이 150대나 있었기에 실제 작업이 진행되면 얼마나 대규모의 작업이 실시될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전은 사우디 정부가 발주한 루마·나이리야 가스복합 발전 사업을 수주하고 지난 3월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현재는 건물과 구조물이 들어설 자리에 대한 기초 굴착을 하는 '부지 정지' 단계였다.

기자단이 찾은 곳은 저수조가 세워질 곳이었다. 진입은 불가능했으나 멀리 보이는 터가 주요 설비인 가스터빈, 증기터빈이 위치할 예정지였다. 거대한 공터를 보니, 앞으로 들어설 설비의 규모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한전은 사우디 리야드에서는 2030년 세계엑스포, 2034년 FIFA 월드컵이 예정된 만큼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송전망, 발전소 건설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프로젝트 수주에 대한 한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권병수 한전 루마·나이리아 프로젝트 법인장은 "리야드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송전 선로를 통해서 제다나 담맘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더욱이 최근 전 세계적인 넷제로(Net-Zero) 추세로 인해 저탄소 전력 생산에 대한 관심이 커져, 한전의 중동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야드 A. 알드바아니(Zeyad A. Al-Dhabaani) 리말 에너지 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 비전 2030에 발맞추어 현지 인재 육성, 기술 이전, 고효율 가스복합발전을 통한 탄소배출 저감에 전념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리말 에너지 컴퍼니는 한전 및 SEC와 함께 협력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지역의 에너지 미래는 한전, 아크와 파워, SEC와 같은 선도 기업들의 리더십과 혁신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