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부담에 10대 3명 투신…"지금 같은 경쟁구조에선 해결 안돼"
검색 입력폼
사회

학업 부담에 10대 3명 투신…"지금 같은 경쟁구조에선 해결 안돼"

청소년 사망 원인, 13년째 자살이 '1위'
"학령인구 줄어도 입시 압박감 여전해"

[나이스데이] 최근 부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들의 유서에 학업 부담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쟁 위주 입시와 청소년 자살 문제를 새정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10대 여학생 3명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 학생들은 예술고 2학년으로 학생들의 유서에는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5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11.7명으로 2011년 이후 13년째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안전사고가 3.2명이다. 또 중·고생 스트레스 인지율은 42.3%, 우울감 경험률은 27.7%로 나타났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남학생보다 자살 시도가 더 많다는 분석 결과도 있는데, 질병관리청의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5~24세 중독 손상환자 중 88.7%가 자해·자살 목적이었고 이 중 79.5%가 여성으로, 남성(20.5%)보다 약 3.9배 더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학생들이 느끼는 부정적 감정이 해가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달 발표한 '서울학생종단연구 2020 3차년도 결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1년 1점 만점에 0.44점이었던 초등학생들의 걱정 정도는 2022년 0.54점, 2023년 0.58점으로 악화됐다. 중학생의 경우 3점 척도인 우울 정도가 2021년 0.61점에서 2023년 0.74점으로 올랐고 냉소적 태도는 초중고 모두 같은 기간 증가했다.

과도한 입시 경쟁은 '7세 고시'를 넘어 '4세 고시'라는 말이 나올 만큼 조기 사교육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7.7% 증가한 29조2000억원이며 지난해 7~9개월 실시한 2024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에서는 172만1000명의 유아 사교육비 지출 총액이 약 81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높은 자살률과 우울감 등이 현행 교육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선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경쟁 위주 현행 교육, 입시 제도와 이번 사건은 연관돼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부처 회의에서 보건복지부에 자살률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고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는데, 새정부에서 청소년 자살 문제를 중점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상진 교육의봄 교육연구팀장은 "학령인구가 줄어도 지금과 같은 경쟁 구조에서는 입시에 대한 압박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대통령도 언급한 만큼 새정부에서 청소년 자살과 교육 문제 등 아이들이 고통 받는 부분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