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출 '역대 3위' 선방했지만…美관세 불확실성에 먹구름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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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반기 수출 '역대 3위' 선방했지만…美관세 불확실성에 먹구름 잔뜩

상반기 수출 3347억弗…반도체·바이오헬스 등 호조세
韓 수출비중 40% 미중 수출 동반 감소 수출에 먹구름
"상반기 美관세영향 반영안돼…하반기 불확실성 높아"

[나이스데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른 영향과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수출이 지난해와 유사한 3347억 달러를 기록하며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수출 실적은 역대 3위, 일평균 수출은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는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자동차는 최대 시장인 대미 수출이 감소세에도 하이브리드차 수출 호조로 예상대비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6월까지 누적 수출액이 전년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대(對)미·중 수출 모두 줄어든 것은 호실적에도 위기감을 감출 수 없는 요소로 꼽힌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또는 품목별 관세 부과가 확대되면 수출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통상전문가들은 상반기 수출 지표가 양호하게 나타난 것에 대해 아직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엔 수출 하락세가 본격화될 수 있는 만큼 대체시장 발굴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상반기 수출 3347억弗…반도체·바이오헬스 등 호조세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및 상반기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출은 3347억 달러로 전년대비 0.00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은 3069억 달러로 1.6%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278억 달러 흑자로 전년 대비 48억 달러 개선됐다.

상반기에는 15대 주요 수출품목 중 5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반도체는 733억 달러(11.4%), 무선통신 75억 달러(8.5%), 컴퓨터 59억 달러(12.6%), 선박139억 달러(18.8%), 바이오헬스 82억 달러(11.0%) 등으로 나타났다.

양대 수출품목인 자동차는 올 상반기 364억 달러(-1.7%)의 수출액을 올렸다. 미국의 관세 조치 및 현지 전기차 생산 본격화 등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며 감소폭은 제한적이었다.

국가별로는 미국 수출이 3.7% 감소한 622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0.7% 증가하면서 흑자 규모는 263억 달러로 전년대비 26억 달러 축소됐다. 중국 수출도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감소로 4.6% 감소한 605억 달러를 기록했다.
◆韓 수출비중 40% 미중 수출 동반 감소 수출에 먹구름

올 상반기엔 수출국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중 수출이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0% 가량이 미국과 중국으로 향하는 만큼 이들 국가에서의 수출 감소는 향후 수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소로 볼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선 반도체, 컴퓨터SSD 등 정보기술(IT) 품목과 바이오헬스 등의 수출이 증가했지만 우리나라 수출 양대 품목인 자동차와 일반기계가 전년대비 각각 16.8%, 16.9% 줄어들며 전체 수출은 3.7% 감소했다.

우리나라 수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중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일반기게, 디스플레이 수출 감로 올 상반기 4.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지속되면서 중국 기업들의 생산량 변동폭이 커졌고 이에 따른 우리기업들의 중간재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 우리나라 수출은 더욱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큰 상황이다.◆"상반기 美 관세 영향 반영 안돼…하반기 불확실성 높아"

통상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수출 지표가 지난해와 비슷하게 나타난 것에 대해 아직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하반기에는 수출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한 충격을 수출기업들이 흡수했고 유럽으로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상반기 수출 실적이 양호하게 나타난 것 같다"며 "미국 내 현대차·기아의 가격 인상이 시작되면 수출 감소가 본격화될 수 있어 하반기 수출 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의견을 말했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올해 상반기엔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을 흡수해서 제품을 판매하는 등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수출 지표로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수출은 미국 관세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기 전 밀어내기 수출 물량도 많았고 상호관세가 부과되긴 했지만 상반기엔 영향이 별로 없었다고 볼 수 있다"며 "하반기엔 상호관세가 부과될 수 있고 반도체·바이오에 품목별 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 수출 환경이 안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미중 수출이 모두 감소한 추세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양국간 무역갈등이 지속되고 서로에게 제재를 가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우리나라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 유럽, 동남아, 중동 등 대체시장 발굴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품목 다변화 등 가용자원 집중…한미협상 총력

정부는 미국발 관세 정책으로 인해 우리 수출을 둘러싼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을 고려해 수출이 우리 경제에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미 관세 면제를 위한 대미협의 지속 ▲범부처 비상수출대책 및 품목별 대응대책 추진 ▲업종별 간담회·현장방문을 통한 수출기업 애로 해소 ▲시장·품목 다변화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한·멕 FTA 추진, 한·베 FTA 개정 등을 통해 우리나라와 높은 교역액을 보이고 있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통상·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하반기에도 미국 관세정책의 변동성과 경기 회복 속도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당면 과제인 한미 협상에 총력 대응하는 한편, 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무역 금융 공급, 대체 시장 발굴 등을 포함한 수출 지원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