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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목은 현대인의 상징'이라는 표현이 일종의 밈(meme)의 형태로 유행할 정도로 이 같은 자세 이상은 현대인의 일상에 자리 잡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상태가 단순한 체형 문제에 그치지 않고 목디스크(경추 추간판 탈출증)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목 디스크는 경추(목뼈) 사이의 디스크가 빠져나오거나 뼈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목으로 지나가는 척추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의학적으로 볼 때 거북목과 일자목은 경추의 정상적인 C자형 경추 만곡이 무너진 상태이며, 이로 인해 머리의 하중이 목 주변 근육과 인대에 비정상적으로 전달되면서 추간판(디스크)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면 결국 목디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 목디스크는 주로 고령층에서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으로 여겼으나, 최근에는 비교적 사회생활이 활발한 연령층에서의 발생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거북목(일자목) 증후군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수는 매 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30~40대 진료 건수는 2020년 129만4989명에서 지난해 149만1522명으로 4년 새 약 15.2% 증가했다. 자세 이상이 목디스크의 주요 전조 증상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경추 질환의 발병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거북목과 일자목을 단순한 자세 불균형이 아닌 경추 질환의 위험 신호로 인식하고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추 배열이 무너져 일자목과 거북목 형태로 변형되면 추간판에 집중되는 하중이 증가하면서 디스크가 탈출하거나 파열되어 인접한 신경을 압박하게 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목디스크는 단순한 근육통을 넘어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뒷목·어깨·견갑골 부위 통증 ▲팔과 손의 저림 및 감각이상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는 증상 ▲두통·어지럼증·시각피로 등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며 중증으로 발전하면 ▲근력저하나 보행 장애 및 대소변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목디스크로의 진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핵심이다. 권진원 센트럴병원 척추통증센터장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젊은 세대의 자세 불균형이 만성화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며, 목디스크로 진단되지 않더라도 경추 기능의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며 "디스크는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갑작스럽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증상이 있다면 빠르게 진료 받고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북목과 일자목 초기에는 자세교정 및 운동요법, 도수치료 등 비수술적 방법이 효과적이지만, 디스크 병변이 진행된 경우에는 상태에 따라 단계적인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가벼운 증상에는 약물치료로 통증과 염증을 조절하며, 통증이 일상생활을 방해하거나 신경 증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신경차단술 주사를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실시간 영상장비(C-ARM)를 통해 손상된 신경 부위에 약물을 정확히 주입해 통증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빨라 외래에서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다.
디스크 병변이 심화되거나 신경 유착이 동반된 경우에는 신경성형술 및 고주파 수핵감압술, 증식(프롤로)치료 등 다양한 비수술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술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감각소실, 근력 저하가 진행된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 등 고도화된 최소 침습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데, 고화질 내시경을 통해 병변을 정밀하게 제거가 가능하고, 절개 범위가 작아 회복속도가 빠르고 출혈과 조직 손상이 적어 기존 수술 방식에 비해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이 특징이다.
권진원 센터장은 "거북목과 일자목은 단순한 자세 불균형을 넘어 디스크 손상이라는 구조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이므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 사용시간을 조절하고 장시간 같은 자세를 피하는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며 "목이나 어깨의 뻐근함, 팔 저림, 두통 등의 증상이 반복되거나 심화될 경우에는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경추 상태를 확인하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