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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제5차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 전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업무보고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복수의 2035 NDC 안을 마련해 이를 토대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NDC는 향후 10년 뒤에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어디서 줄일지를 정한 국가별 목표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들은 파리협정에 따라 5년마다 NDC를 수립해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파리협정상 NDC가 이전 목표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진전의 원칙'과,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세부 감축 경로를 설정하라는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모두 고려해 복수의 2035 NDC 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2035년 목표는 2040·2045년 목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난해 헌재 결정과도 연계해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고려 중인 안은 ▲40% 중후반 ▲53% ▲61% ▲67% 등 4개다.
40% 중후반은 2050년에 가까울수록 감축량이 많아지는 방식으로, 지금까지의 감축 경로와 유사한 형태다.
53%는 기준연도(2018년)부터 탄소중립 목표연도(2050년)까지 매년 일정하게 감축할 경우 2035년에 해당하는 감축 정도다.
61%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구 온도를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권고한 감축 수준을 반영한 안이다.
67%는 시민사회가 지구 온도를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남은 배출량을 바탕으로 한국의 배출 책임과 국내총생산(GDP), 인구 등을 고려해 제안한 목표치다.
정부는 NDC의 기준연도(2018년) 배출량을 '총배출량'에서 '순배출량(총배출량에서 흡수·제거량을 뺀 양)'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 지침이 1996년 IPCC 지침에서 2006년 IPCC 지침으로 바뀐 점을 반영한 조치다.
대기 중으로 배출된 온실가스 총량이 아니라, 산림이나 토지를 통해 흡수·상쇄된 양을 제외한 순배출량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정부의 감축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2030 NDC는 기존 40%에서 36.4%로 낮아지게 된다.
부문별로 보면, 전력 부문에서는 전기화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감안해 적정 수준의 2035년 전원믹스를 마련할 방침이다.
또 2040년 탈석탄 계획을 고려해 2035년까지의 감축 수준을 정하고 영농형·산업단지 태양광 보급을 대폭 늘리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 부문과 관련해서는 수소환원제철, 전기 분해 기반 나프타분해설비(NCC) 등 핵심 감축 기술을 중점 지원하는 방안과 업종별 최신 동향을 감안한 합리적 배출 전망을 제시할 계획이다.
수송 부문에서는 그간의 전기·수소차 보급 추세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해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수립한다. 정부는 차량뿐 아니라 건설기계, 농기계, 선박까지 아우르는 모든 동력 수단의 전동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지난 정부에서 감축 비중이 높았던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부문은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적정 목표치를 설정하기로 했다. 국제감축 부문 감축도 목표 수준을 현실화해 NDC 달성을 위한 '보충적 수단'으로만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달부터 경제단체, 산업계, 기후·환경단체, 청년, 종교계 등을 대상으로 2035 NDC에 관한 의견 수렴을 시작할 방침이다. 이후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한 최종안을 11월 초 확정해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환경부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4차 배출권할당계획(2026~2035년)도 공개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에 배출권을 할당해 그 범위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서로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업계 부담을 고려해 기업이 배출권 시장에서 구매해야 하는 유상할당 비율을 1·2차 계획에서는 3%로, 3차 계획에서는 10%를 적용해왔다.
4차 계획에서는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2025년 10%에서 2030년 5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캘리포니아, 미국 동부 등 해외에서는 이미 발전 부문의 배출권을 전량 유상으로 할당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하되 기업 부담을 고려해 유상할당 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4차 계획기간 이후 간접배출을 제외하고 발전 부문에 대해 전량 유상할당을 적용할지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발전 외 다른 부문은 주요 업종의 감축기술 상용화 시기를 고려해 종전 10%에서 15%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탄소로 인한 비용 부담이 크고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를 지닌 '탄소누출업종'에 대해서는 배출권을 전량 무상할당하기로 했다. 다만 배출권 가격 변동에 따라 업종 지정 기준이 자주 바뀌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위해 판단 기준을 개선할 방침이다.
탄소누출업종은 무상할당이 줄어들 경우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을 뜻한다. EU 등 주요 국가들 역시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해당 업종에 대해서는 무상할당을 유지하고 있다.
유상할당 확대에 따라 늘어나는 수입금은 산업계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유상할당 수입금은 지난해 2조8000억원 규모에서 2030년 2조8000억에서 4조2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정부는 기후 '적응'이란 표현을 '대응'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기후위기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소극적이고 순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적응이라는 용어 대신, 대응이라는 용어를 쓰고자 한다"며 "'감축'과 '기후대응'을 정책의 양대 축으로 해 기후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새 정부 5년의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가 직면할 지구적 환경 변화와 향후 우리 사회·경제의 명운을 좌우한다"며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안일하게 대응할 경우, 6~7년 이후에는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해 세계 경제체제가 붕괴할 수도 있는 비상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켜 준다면, 실질적인 탈탄소 혁신성장을 이끄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2035 NDC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냐'는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는 "상당히 어렵지만 강도 높게 추진해서 목표는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