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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고은(34)은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을 택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조력 사망 자체에 큰 이유를 두진 않았어요. 동행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었을 때 많이 동요 됐죠. 어려운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서 반가웠어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김고은은 특유의 말투와 환한 웃음을 보여주면서도 작품과 캐릭터를 넘어 인생 전반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그는 "근래에 보기 드문 서사이기도 하고 호흡이 길어서 잘 보실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다들 밤 새서 봤다고 하길래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은중이는 상연이를 보고 첫눈에 반했어요."
'은중과 상연'은 10대 때 처음 만난 두 여성 '류은중'과 '천상연'이 40대까지 서로를 동경하고 질투하며 절교와 재회를 반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시리즈는 극적인 사건 대신 인간 관계에서 누구나 겪을 만한 감정들로 15회를 꽉 채운다.
"은중이가 처음 본 상연이는 반짝반짝 빛나고 멋져보였다고 생각해요. 질투라는 감정은 아닌데, 상연이랑 있을 땐 평범하고 작아지는 순간이 있긴 하죠. 그걸 들여다보는 아이가 은중이예요. '난 왜 특별하지 않지'라고 생각하면서 자기 자신에 더 초점을 맞춰요."
김고은은 20대에서 40대를 아우르는 연기로 극을 탄탄하게 이끌어간다. 긴 생머리부터 숏컷에 가까운 짧은 단발까지 외적인 것 뿐만 아니라 눈빛과 말투에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입혔다. "20대 초반 사진을 봤는데 젖살이 많길래 살을 6㎏ 정도 찌웠어요. 나이대마다 3㎏씩 빼서 40대 촬영 땐 본래 체중으로 돌아왔습니다."
상연은 40대에 암으로 인해 조력 사망을 택하고 은중에게 동행을 권한다. 그렇게 함께 간 스위스에서 김고은은 촬영 내내 마음이 뻐근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결국 서서히 눈을 감는 상연 옆에 있는 은중의 모습을 절제된 울음으로 표현했다. 김고은은 "상연이를 보내는 순간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머릿속으로 수만 번 시뮬레이션을 돌렸다"고 말했다.
"차라리 울고불고 하는 거였으면 모를까 눈물이 없는 상태에서 소화해야 했어요. 은중은 상연이 앞에서 절대 울지 않겠단 다짐으로 갔지만 울컥한 순간이 너무 많았어요. 특히 지현이가 눈만 마주쳐도 울어서 그걸 참는 게 힘들었어요."
"제 기준에선 이해 안 되는 게 너무 많아요."
김고은은 앞서 tvN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2021)에서 배우 박지현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 작품에서 두 사람은 남자 하나를 두고 서로를 미워하는 관계였다. 은중과 상연이 '김상학' 때문에 싸우는 것과 유사하다. 이에 김고은은 "제가 은중이였다면 상연이랑 안 봤을 것 같다"며 "역할을 이해하는 게 아니고 '그냥 그렇구나' 한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믿음이 진짜 존재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보통 가족이나 연인끼리 서로를 믿는다고 하는데 전 동의하진 않아요. 내가 상대방을 잃고 싶지 않으니까 선을 지키는 거고, 쌍방인 관계는 상대가 저와 생각이 같을 때 유지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은중이처럼 다른 사람을 오롯이 받아내는 이야기, 그런 관계가 있을까 싶어요. 판타지같기도 해요. 상연이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은중이가 받아주는 게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은중과 상연'은 지난 12일 공개 후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해외 9개국에서 넷플릭스 TOP10 시리즈에 진입했고(플릭스패트롤) TV-OTT 통합 화제성 차트에서도 첫 주 만에 드라마 부문 화제성 2위를 기록했다(굿데이터코퍼레이션). TV 시리즈 관련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김고은 연기에 대한 칭찬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생에서 꾸준하게 한 건 없는데(웃음) 지금까지 현장에서 묵묵하게 일한 걸 알아주시는 게 기분이 좋아요. '은중과 상연'은 일단 시작하면 계속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다루기 어려운 주제나 소재를 덧붙이지 않고 담백하게 풀어내서 더 마음에 많이 남거든요.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만든 작품이라 다 보면 견디길 잘했다 싶을 거예요."
뉴시스
2025.10.27 (월) 08: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