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弗 현금 투자 요구에 협상 교착 장기화…환율 불안도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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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弗 현금 투자 요구에 협상 교착 장기화…환율 불안도 가중

3500억弗 투자펀드 놓고 한미 협상 교착 상태 장기화
美, 3500억 달러 '현금 투자' 압박…韓, 통화스와프 요구
원달러 환율 1410원 돌파…외환시장 참여자 불안 커져
"안전장치 없이 합의하면 환율 더 오를 수 밖에 없어"

[나이스데이] 한국과 미국이 3500억 달러(약 49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관세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현금 투자 방식을 수용할 경우 우리나라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조달해야 해 '외환위기'를 맞을 수 불암감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협상이 외환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미국 뉴욕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양국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경제와 외환시장 규모를 감당할 때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조달하는 것은 외환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밖에 없다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에 무제한·상설 통화스와프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필요할 때 제한 없이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안전장치가 존재해야 대미 투자를 위해 3500억 달러를 조달한는게 가능하다는 논리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무제한 통화스와프에 대해 "관세 협상 타결의 필요조건"이라며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다. 최소한 기본적인 것에 대한 미국의 해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은 우리측의 통화 스와프에 대한 확답을 하지는 않았다.

구윤철 부총리는 전날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외한 사정을 설명하고, 우리가 3500억 달러를 일본처럼 조달해야 한다면 통화 스와프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며 "베선트 장관은 우리 외환시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전문가다. 워싱턴으로 돌아가서 내부적으로 협의를 해서 연락을 주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통화 스와프에 대한 수용 없이 오히려 우리 정부를 더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세와 무역 합의 덕분에 한 사례에서는 9500억 달러를 확보했는데, 이전에는 단 한 푼도 받지 못하던 돈"이라며 "일본에서 5500억달러, 한국에서 3500억달러를 받게 됐다. 그것은 선불"이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한국 측에 대미 투자 금액을 7월 구두 합의에 따른 3500억 달러에서 더 늘릴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협상은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상호관세에 이어 의약품 등에도 고율의 관세 부과 부과를 예고하며 협상 상대국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환시장도 미국발 리스크를 반영하는 모습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의 과도한 투자 요구를 수용할 경우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8원 급등한 1412.4원에 마감했다. 이달 중순까지 1380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약 2주 만에 2.4% 가량 올랐다.

다양한 대내외 요인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의 금리 경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 크다. 또 국내에서는 달러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미 관세협상과 최근의 변동성도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9월 중순 이후 환율이 올라가기 시작했던건 FOMC의 영향이 가장 컸다. 또 우리 기업들이 해외 투자 명목으로 사야하는 달러가 많이 늘어나 있다"며 "지금까지는 1410원이 지지선 역할을 했는데 그게 쉽게 뚫리다보니 좀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도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외환 당국의 환율 관리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환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투자 협상의 전개 양상은 시장 심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경원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안전장치 없이 미국의 3500억 달러 현금 투자 요구를 수용할 경우) 충분히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시장 참여자들도 (3500억 달러가) 외환 보유고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까지 가게 되면 차라리 미국과의 협상을 안 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투자 규모가) 5500억 달러로 크지만 외환 보유고가 1조4000억원 정도가 되고 한 해 2500억 달러 정도가 들어온다. 우리나라는 외환 보유고가 4100억 달러 수준밖에 안돼 투자 규모가 3500억 달러라면 85%에 달한다. 한해 들어오는 달러도 본원수지 기준으로 250억~300억 달러 밖에 안된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