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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는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쏠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3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6회 등판해 4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그는 한화가 5-4로 앞서던 6회 무사 1루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공 58개를 던져 볼넷은 1개 내주고 삼진은 6개 잡아냈다.
무려 4이닝을 책임지며 에이스 이상의 역투를 선보인 그는 끝내 1점 차 리드를 지키고 한화에 승리를 선사했다.
이날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문동주는 "시리즈 기로가 되는 1, 3, 5차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중요한 경기에서 제 몫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밝게 웃었다.
1차전에 이어 이날도 불펜으로 등판한 그는 "오늘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었다"며 "5차전까지 가고 싶진 않지만, 가게 된다면 최대한 준비할 것이다.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더 야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올 시즌 내내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문동주는 이번 PO에선 불펜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정규시즌 당시 24경기에 등판해 121이닝을 던져 11승 5패 평균자책점 4.02의 성적을 거둔 문동주는 가을야구를 대비해 시즌 막판 불펜으로 변신했다.
강력한 원투펀치인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에 류현진까지 보유한 한화는 PS 무대에서 문동주의 불펜 투입을 고려했고, 실제 문동주는 가을야구 무대 데뷔를 불펜에서 치렀다.
그는 지난 18일 대전에서 열린 PO 1차전에서 선발 코디 폰세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당시 그는 8-6으로 앞선 7회초 2사에 삼성 김지찬을 상대로 시속 161.6㎞ 직구를 뿌리며 올 시즌 KBO에서 나온 공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찍기도 했다.
다만 한화의 4차전 선발 투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이날 그가 실제로 마운드에 오를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이날 한화의 선발투수로 나선 류현진은 4이닝 동안 4실점을 내주고 일찍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어 등판한 김범수는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았으나 6회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고, 역전 위기에 놓인 한화는 문동주 카드를 일찍 꺼내 들었다.
완벽한 구위로 팀에 승리를 안겼지만, 이날 문동주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7㎞로 1차전만큼 빠르진 않았다.
이에 대해 문동주는 "1차전 때는 몸이 정말 가벼웠는데 오늘은 조금 무거운 느낌이었다. 스피드에 신경 쓰면 좋은 결과를 얻기 쉽지 않겠다 생각해 제구와 변화구 등 다른 부분에 더 집중했다. 그 부분이 오늘 잘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6회 등판도, 무사 1루 등판도 문동주에겐 생소한 상황이었다.
그는 "사실 야구하면서 주자가 있는 상황에 등판한 것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없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 올라가 좀 더 긴장되긴 했다"며 "생각보다 일찍 몸을 풀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오늘은 긴 이닝을 가져가겠다고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했다"고 전했다.
불안한 떨림보단 책임감이 막중했다.
문동주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었다며 "이닝이 지날수록 무난하게 넘어간 것 같았다. 위기는 있었지만 엄청 힘들지 않게 넘어갔다.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끝까지 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던지고 내려오면서도 화이팅하며 벤치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게 노력했다"며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이날 6회말 무사 1루에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는 주무기인 강속구는 물론 변화구까지 구사해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시속 154㎞ 직구로 배트 타이밍을 빼앗아 첫 상대였던 이재현을 삼진으로 잡아낸 문동주는 이어 나선 김태훈에겐 3연속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등판과 동시에 삼진 두 개를 잡은 문동주는 강민호를 내야 땅볼로 아웃시키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7회말엔 선두타자 박병호에게 초구부터 안타를 맞은 뒤 후속 타자들에겐 희생 번트와 땅볼을 기록하며 2사 3루 위기에 놓였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구자욱과의 승부에선 3볼-노스트라이크로 몰린 뒤 내리 스트라이크 2개를 잡았으나, 6구째 직구가 높게 빠지며 결국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진 디아즈의 타석에선 바운드 볼이 빠지며 2사 2, 3루 역전 위기를 초래했다.
하지만 문동주는 디아즈를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시키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고 1차전에서처럼 크게 포효했다.
이 순간에 대해 그는 "시즌 마지막 대구 경기에서 디아즈 선수에게 직구를 던져 홈런을 맞은 기억이 있다. 그때 왜 홈런을 맞았는지 고민하고 연구했고, 그런 부분을 마운드에서 생각하며 더 집중해서 던졌다"고 밝혔다.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는 선두타자 김영웅에게 중전 안타를 맞으며 또다시 선두타자를 출루시켰다.
이재현의 희생 번트로 또다시 1사 2루 실점 위기에 놓였으나 문동주는 김태훈과 강민호를 모두 삼진으로 잡고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문동주는 마지막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다.
9회말 선두타자 이성규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그는 후속 김지찬을 삼진으로, 김성윤은 땅볼로 잡고 팀의 승리를 제 손으로 확정 지었다.
이날 불펜으로 등판하면서 그는 22일 열리는 4차전엔 나설 수 없게 됐다. 한화는 4차전 선발로 신인 정우주를 예고했다.
문동주는 "팀이 이긴다면 선발이든 불펜이든, 어떤 보직이 되든 전혀 상관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신인으로서 가을야구라는 큰 무대에 선발로 나서게 된 정우주를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문동주는 "우주가 신인이지만 탈삼진 능력이 엄청 좋다. 그렇게 많은 삼진을 잡는 것은 우주의 몸이 그만큼 좋고 강력하다는 것"이라며 "그런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본인이 알고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타자들도 정우주라는 투수를 생각했을 때 절대 쉬운 상대라고 생각하며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우주가 그 부분을 이용해서 본인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진지한 조언을 건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