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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DC, 테임 임팔라, 닉 케이브 & 더 배드 시즈(Nick Cave & The Bad Seeds), 트로이 시반, 코트니 바넷, 스텔라 도넬리… 등 호주 출신 인기 뮤지션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준다.
멀게는 미국 인디 신의 전설적 포크 싱어송라이터 앨리엇 스미스, 가깝게는 미국 인디 포크 록 트리오 '보이지니어스(boygenius)'의 음악 같은 결을 따라가는 베이저는 점차 고유성을 찾아가며, 해외에선 미국 싱어송라이터 줄리엔 베이커와 피비 브리저스에 필적할 재능을 갖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단단한 논리를 누구보다 신봉해야 하는 변호사로 약 5년 간 일을 했던 그녀는 이제는 연약한 결함을 감싸며 삶과 감정의 불완전함의 굴곡을 드러내는 음악을 한다.
정규 1집 '이즈 디스 오펜시브 앤드 라우드?(Is This Offensive And Loud?)'(2020), 정규 2집 '스트레인지 아드레날린(Strange Adrenaline)'(2024) 등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낸 그는 클래식 피아노와 장면이 보이는 서사화를 기반 삼아 인디 록·포크·드림팝을 넘나든다.
호주에서 발표한 데뷔작으로 '오스트레일리안 뮤직 프라이즈(Australian Music Prize) 후보에 올랐고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미국), 빅사운드(BIGSOUND)(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했다.
베이저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지난해 서울 제비다방과 클럽 FF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 팬들과 가까이 만났다. 제주 탐나 뮤직 페스티벌(Tamna Music Festival) 무대에도 올랐다. 국내 인디 밴드 '모스크바 서핑 클럽' 등과도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서울의 음악 팬들은 깊이 있는 교감을 나눈다. 새벽 2시에 붕어빵을 먹고, 빈티지 숍을 돌며 영감을 얻는다. 제주도의 풍경은 늘 새로운 영감을 준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올해에도 지난 17일 서울 홍대 앞에서 열린 '잔다리페스타 2025' 참여를 시작으로 거제, 대구, 부산, 서울 등을 거친 전국 투어를 이어오고 있다. 31일엔 서울 홍대 앞 생기스튜디오에서 모스크바 서핑 클럽과 합동 공연을 연다. 다음은 최근 서울에서 만난 베이저와 나눈 일문일답.
-작년에 한국에서 공연을 했는데요. 어땠나요?
"한국이라는 곳이 너무 좋았어요. 멋진 인디 음악계와 음악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너무 좋았습니다. 부산, 제주 등 여러 도시를 투어했고, '탐라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문화 음악 축제에서도 공연했어요. 정말 멋졌어요. 대구와 서울 주변에서도 몇 차례 공연을 했는데 사랑에 빠졌죠. 그래서 이번에 돌아와서 다시 공연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첫 정규 음반 '이즈 디스 오펜시브 앤드 라우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발매됐어요. 공연을 할 수 없었던 그 때 데뷔 앨범을 낸 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습니까?
"멜버른은 여러 차례 봉쇄 조치를 겪고 있어서 당시 밖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투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 힘들었죠. 하지만 전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걸 발표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순간이 지나가면, 새로운 음악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죠. 전 대중적인 곡보다는 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곡을 많이 써요. 당시엔 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것을 위해 곡을 썼고, 시끄러운 것을 시도했고, 작곡가로서 자신을 증명하려고 노력했었어요."
-'이즈 디스 오펜시브 앤드 라우드?'의 제목과 메시지는 개인적으로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베이저 씨는 조용하고 차분하고 겸손한, 즉 전형적일 수 있지만 아시아인이라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갖고 있거든요. 음악이 당신 안에 있는 걸 표현하는 다른 방식이기도 한가요?
"가끔 극단적인 자아가 생기면 전환하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극단적인 생각들을 자주 오가요. 만약 로킹한 곡을 썼다면, 다음엔 좀 더 부드러운 곡으로 점프하는 거죠. 다시 말해서, 그렇게 핑퐁이 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겁니다. 곡을 쓸 때 직관을 따르려고 해요. 매일 무엇인가를 쓰도록 저 자신을 단련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유기적으로 떠오르도록 집중하는 거죠."
-북미 팝시장 만큼 호주 팝시장도 '유리천장'이 단단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시아계 예술가로 살아남는다는 게 참 힘든 일인 것 같아요. 호주 사람들은 아시아 아티스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점차 아시아 음악 산업이 부상하고 많은 아시아계 아티스트들이 등장해 놀라운 작품들을 만들어내면서 앞으로 아시아 음악 산업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많은 논의와 탐구가 이뤄지고 있는 건 다행이에요. 아시아계 중장년 아티스트라고 해서 반드시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경계를 계속 없애야 해요. 분명 아직 유리천장은 있어요. 하지만 더 많은 아시아 아티스트들이 뭉친다면 아시아 아티스트들에 대한 전형성을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당신을 보면 1인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를 이끄는 한국계 미국 싱어송라이터 겸 작가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 일본계 미국 싱어송라이터 미츠키(Mitski) 등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아티스트가 떠오릅니다. 특히 자우너는 책 'H마트에서 울다'에서 쓴 것처럼 한국의 유산을 존중하는 방식으로도 유명하죠.
"두 분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에요. 전 제 유산에 대해 직접적으로 쓰는 게 어려울 때가 있어요. 말로 표현하거나 글로 표현하려고 해도 잘 안 되거든요. 제 노래 중 일부는 소속감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걸 탐구하는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제 부모님은 다른 나라에서 오셨고, 전 어떤 곳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거든요. 타국에서 살아가는 아시아 젊은이들은 자라면서 그런 경험을 하게 되죠. 내 집이 어디인지 고민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동양적인 것을 서양에 알리고 서양의 문화를 동양에 가져 오려고 한 브루스 리(Bruce Lee·리 샤오룽·李小龍)의 철학에 대한 아이디어를 좋아합니다. 두 문화를 연결하면 흥미롭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문화엔 다양한 요소가 뒤섞이는 경우가 많죠.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사운드를 탐구할 수 있는 창의적인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전 전통을 존중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혁신에도 열려 있는 사람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복제하고 싶지는 않아요. 예전 방식은 존중하되 특별한 것을 저만의 방식으로 흡수하는 걸 더 선호하죠."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미국 포크 록 싱어송라이터 앨리엇 스미스를 좋아한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전 앨리엇 스미스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후에야 그를 알게 됐어요. 그렇게 특별한 사람을 잃었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죠. 데이비드 린치도 그렇게 빨리 세상을 떠날 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하지만 두 분은 정말 큰 유산을 남겼고, 그들의 예술은 누구에게나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린치의 창작 방식을 관찰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기술적이기보다는 직관적이거든요."
-당신은 변호사였습니다. 변호사였을 때도 휴머니즘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으로 알아요. 변호사는 논리적인 것에, 싱어송라이터는 감성적인 것에 방점이 찍히는데 당신은 항상 사람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네요.
"전 법과 함께 클래식 음악도 공부했어요. 피아노를 치며 자랐습니다. 대학 졸업 후엔 변호사로 5년 간 일을 했어요. 직장도 정말 좋은 곳이었고, 친구들과 매니저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죠. 당시 제 멘토는 세상에 대해 많은 걸 가르쳐줬고 세상을 헤쳐나가는 법을 알려줬죠. 하지만 변호사는 제 소명이 아니었습니다. 어려웠고, 어색하게 느껴졌죠. 정말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어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제가 더 예술적인 삶을 살고 싶어한다는 걸요. 안전한 길을 선택한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모두가 그렇게 할 테니까요. 전 신념을 가지고 직장을 그만둔 뒤 음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변호사 일도 사람에 따라, 창의적일 수 있지만 제게는 음악이 더 창의적이었어요. 변호사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지만 일대일인 경우가 많고, 음악은 더 많은 불특정 다수에게 가닿을 수 있죠. 특히 노래는 듣는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관계를 맺는 방식이 특별해요. 같은 노래를 들어도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누군가는 흥미롭다고 여길 수 있죠. 그래서 음악을 듣는 모든 이들의 이름이 궁금해져요."
뉴시스 
 2025.10.31 (금) 17:12
 2025.10.31 (금) 1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