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솔직히 우리도 '비급여 유혹', 뿌리치게 해달라"
검색 입력폼
사회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솔직히 우리도 '비급여 유혹', 뿌리치게 해달라"

'심장 분야 특화' 부천·인천세종병원
전문의 중심 운영…전국서 환자 이송
의정사태 이후 지역의료 기능 강화돼
입원 환자·응급실 중증 환자 급증
"필수의료 하는 기관 성장토록 해야"

[나이스데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지정한 '심장전문병원' 타이틀을 받은 곳은 어디일까?

생명과 직결된 의료행위인 만큼 소위 '빅5'로 불리는 서울의 으리으리한 상급종합병원 중 한 곳이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정답은 그보다 작은 규모의 '부천세종병원'이다.

부천세종병원은 박영관 혜원의료재단 회장(흉부외과 교수)이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위해 설립한 의료기관이다. 병상 수가 301개에 그치는 종합병원이지만 심장 분야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듣는다.

지난 17일 인천 계양구 인천세종병원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이사장은 "개원 초기부터 지금까지 40여년동안 심장내과 전문의, 흉부외가 전문의, 소아심장 전문의가 원내에서 잔다. 24시간 전문의가 원내에 항상 상주하는 병원은 우리나라에 단 한 군데밖에 없다"며 심장에 대한 세종병원의 진심을 강조했다.

수술 실적은 이에 부합한다. 부천세종병원의 노하우를 이어받아 2017년 출발한 인천세종병원의 사례까지 합하면 두 세종병원에서 지난해 말까지 총 3만881건(부천 2만9177건+인천 1704건)의 심장 수술이 이뤄졌다.

심장 수술 중 가장 까다롭다는 심장 이식 수술도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총 34건 진행됐는데, 세종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이는 우리나라 전체에서 10%, 종합병원 중에선 64%를 차지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두 병원을 지탱하는 의사인력은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다. 부천세종병원에서 심장내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를 합친 전문의 수는 25명. 이는 인근에 있는 한 상급종합병원(10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숫자다. 작년 전공의가 사직한 자리도 새로운 전문의를 채용해 메꿨다.

환자들은 병원들이 위치한 경기·인천 지역을 넘어 전국 방방곡곡에서 실려온다. 세종병원에선 성인·소아심장수술과 관련해 복잡한 의뢰절차를 생략한 '세종심혈관네트워크', 즉 의료진 간 핫라인을 구축해 환자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에도 목포에서 A형 대동맥 박리, 심장막 출혈 증상을 보이다 심정지 상태까지 갔던 70대 환자가 부천세종병원까지 닥터헬기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두 세종병원 모두 심장이 핵심 분야긴 하지만 각각 30개 안팎의 진료과목을 보는 종합병원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역의 중증 환자 치료를 책임지는 기능은 의정갈등 기간 강화됐다. 상급종합병원이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지역의 2차의료기관으로 분산됐고 세종병원도 이 환자들을 받는 데 기여했다. 인천세종병원 중환자실에선 중환자 전담 전문의가 24시간 365일 3교대로 공백 없이 진료를 하고 있다.

그 결과 부천세종과 인천세종 양 병원을 합쳐 전체 수술 건수는 2023년 6724건에서 2024년 7856건으로 훌쩍 뛰었다. 같은 기간 입원 환자도 부천과 인천이 각각 14.5%, 18.0%씩 증가했다. 응급실 중증 환자(KTAS 1~2) 비율도 부천이 11.1%(2023)→14.3%(2024)→19.3%(2025), 인천이 3.6%(2023)→4.9%(2024)→9.5%(2025)로 급격히 증가했다.

세종병원 의료진들은 지역 주민들이 2차 병원을 믿고 찾는 구조가 유지, 강화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현재는 종별 수가제에 따라 같은 난이도의 환자를 보더라도 종합병원이 상급종합병원보다 낮은 수가를 책정받는다. 중증 환자 가산, 질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도 제한된다.

박진식 이사장은 "(환자 부담이 큰 비급여 대신) 가능한 한 급여권 내에서 진료를 하자는 게 우리 기관의 방침이지만, 비급여 항목을 개발해서 병원 규모를 키우는 곳들을 보면 우리도 저렇게 해야 하나 싶은 유혹이 자꾸 든다"며 "필수 의료, 급여권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3년 세종병원의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7.3%로 전체 종합병원 평균(11.0%)보다 낮다.

정부는 이처럼 지역에서 대부분의 의료문제를 해결하며 필수 기능도 수행하는 지역 종합병원을 육성하기 위해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을 올해 7월부터 시작한다. 중환자실 수가,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보상 등을 늘린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환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지 않고 사는 곳 근처에서 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김경섭 공공의료본부 공공의료실장은 "시범사업이나 지정사업을 할 때 필수의료 수행 역량이 있는 병원이 아닌, 역할을 이미 수행 중인 병원에 대한 직접적 지원도 필요하다"며 24시간 운영을 위한 비용 지원, 국가 주도의 진료 네트워크 체계 구축, 진료 난이도에 맞게 수가를 구성하는 중증 진료병원 인증제 도입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