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 예고에 수출 효자 반도체도 비상등…하반기 전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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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美 관세폭탄 예고에 수출 효자 반도체도 비상등…하반기 전망 엇갈려

반도체 수출 2020년 992弗→2024년 1419억弗 성장
대미 수출액 7% 반도체…대중 85% IT 중간재 차지
KDI "통상 하방 압력 확대…수출 규모 감소 불가피"
증권가 "견조한 수요와 단가 상승에 상저하고 예상"

[나이스데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 최대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 부과를 추진한다고 알려지면서 위기감이 팽배하다. 반도체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전체적인 수출액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한국 반도체가 미국 산업 발달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고, 관세 부과시 국내 반도체 기업의 현지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통해 '특별한 고려'를 요청했는데 미국이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이미 보편관세 10%와 철강·자동차 관세 25%가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상호관세 부과 및 추가적인 품목별 관세 부과시 수출 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반도체 수출액은 2020년 992억 달러, 2021년 1280억 달러, 2022년 1292억 달러, 2023년 986억 달러, 2024년 1419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3년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수요가 줄고, 재고가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과 함께 수출액이 급감했지만 지난해 수요 개선과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따른 HMB(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반등했다.

지난해 반도체는 전년대비 43.9% 증가한 1419억 달러의 실적을 올렸는데 자동차가 올린 수출액(708억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자 전체 수출액 983조원 대비 20%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에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대미 수출액 감소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중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중간재 수출이 급감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의 대미 수출액은 106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7% 수준을 차지했다.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반도체 수요가 높다고 하더라도 가격 경쟁력 하락에 따라 수출액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중 반도체 수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대중 수출액으로 1330억26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중 85%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중간재로 구성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HBM 수출 제재를 본격화하자 올해 2월과 3월 대중 반도체 수출은 각각 30%, 6.2% 감소한 바 있다. 중간재를 생산하는 중소·중견 기업이 대중국 수출 감소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

4월엔 미국의 대중 관세 유예와 중국 내 IT 품목에 대한 수요 증가세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이 전년대비 4.3% 증가했지만 반도체 관세 부과 전 선제적인 재고 축적 수요 등이 늘어나면서 수출액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보편관세 10%와 철강 및 자동차 관세 25%가 부과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에 고율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고 상호관세 유예기간까지 한미간 통상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5% 관세까지 더해지는 경우다.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영향이 생산 둔화로 먼저 나타나고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 규모도 지난해 대비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으로 볼 수 있다.

KDI는 '경제동향 4월호'를 통해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대내외 수요 증가세가 축소됨에 따라 생산이 둔화되고 있다"며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또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국제 통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KDI는 그동안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표현했는데 '위험'이라는 단어를 '압력'으로 바꾸며 경기 하강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반면 관세 부과로 우리나라 수출 경기가 어려워질 수 있지만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의 견조한 수요와 반도체 단가 상승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 수출이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전방 수요 둔화와 관세 불확실성이 수출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대외 여건 불확실성으로 인해 당분간 빈약한 수출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이 2분기부터 개선되면서 4분기엔 완만한 회복을 예상한다"고 의견을 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수출 경기는 여전히 하방 압력이 우세하다"며 보편관세 10%와 철강 및 자동차 관세 25%가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추가적인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도 국내 수출의 하방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관세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뤄진다면 한국 수출 경기는 2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하게 나마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의 견조한 수요와 하반기 반도체 단가 상승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한국 수출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