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취임하면서 국가적 현안들에 대해 미리 고심을 안 할 수가 없었는데 그중에 제일 자신 없는 분야가 바로 의료사태"라며 "정부가 바뀌면서 불신이 완화된 것 같다. 2학기에 가능하면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을 정부 차원에서 많이 만들어 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답변은 의·정 갈등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질의 과정에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이 의·정 갈등 입장을 밝힌 건 취임 후 처음이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이탈 기간이 1년을 훌쩍 넘기자, 정부가 나서서 2학기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역시 지난달 30일 사직 전공의 복귀 관련 특례와 관련해 "전공의가 9월에 모집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업무를 파악해 보고 전공의들의 의견도 살펴보고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잘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계의 기류는 '강경파'였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사퇴를 계기로 반전됐다. 강경 투쟁 기조에 반대했던 '온건파' 사직 전공의들이 9월 복귀 의향을 밝힌 데 이어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도 공개적으로 조건부 복귀 의사를 보였다.
아울러 지난달 새로 꾸려진 대전협 지도부들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9월 수련병원 복귀를 위한 대정부 요구 조건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복귀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직 전공의들이 9월 복귀 조건으로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수련 기간 조정 등 특례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특혜 시비가 또다시 불거질 우려도 있다. 일부 사직 전공의들은 매년 2월 진행되는 전문의 시험을 8월에도 시행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료계와 해묵은 불신도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전 정부의 과도하고 억지스러운 정책, 납득하기 어려운 일방적 강행 등이 이 문제(의정 갈등)를 많이 악화시켰고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리면서 국가적 손실도 컸다"며 "빠른 시간 내에 대화하고 솔직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를 충분히 해 필요한 영역에서 타협해 나가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복지부 장관이 빨리 임명되기를 기대한다"고 웃었다.
의료계에서는 정은경 후보자의 장관 지명을 환영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내정자가 지닌 전문성과 합리적 태도, 공공의료에 대한 깊은 이해는 현재의 의료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한간호협회와 의료계 단체 등에서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전문가들 역시 새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의료 공백을 끝내고 의·정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9월에는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부가) 이미 협상하고 있을 것이고 (정은경 후보자도)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실 분이다. 불필요한 타협을 해서 (정부가) 굴복할 일도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 생기는 것은 전체 의료 현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이전에는) 정부가 너무 유화책을 써서 (전공의들 복귀가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었다. 현 정부가 유화책을 오히려 안 쓰면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정은경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서는 "(의사 출신인 만큼) 상대적으로 의사들에게 요구하기가 편할 것 같다"며 "의료도 모르는 사람이 의료 정책을 한다고 비난하는 부분은 줄어들고 소통은 더 원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