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 투입에도 0%대 성장률에 갇힌 韓…3차 추경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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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 투입에도 0%대 성장률에 갇힌 韓…3차 추경 필요할까

정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8→0.9% 하향조정
35조 추경 투입했지만…"상반기 실적 너무 부진했다"
'금융위기' 수준 부진…잠재성장률 추락이 더 큰 문제
정부 "3차 추경 고려 안해"…전문가들도 구조개혁 권고

[나이스데이] 올해 우리나라가 경제성장률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한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올해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35조원 가량의 재정을 추가 투입하며 경기 진작에 나섰지만 미국의 상호관세와 건설경기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1.8%에서 0.9%포인트(p)나 하향조정했다.

상반기 우리 경제는 내수 위축과 정치적 불확실성, 미국의 관세 관련 불확실성으로 극도의 경기 부진을 겪었다. 1분기 성장률은 -0.2%로 역성장을 기록할 정도였다.

이에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2차 추경을 편성하며 22조6000억원 규모의 지출 확대에 나섰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12조2000억원)을 합하면 올해에만 35조원에 달하는 추가 재정 투입이다.

추경 편성 등 새 정부의 정책으로 2분기 성장률이 0.6%로 반등했고 하반기에도 소비 중심의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는게 정부의 분석이다.

하지만 건설투자 부진과 상호관세 충격으로 인해 성장률 1%는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올해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8.2% 감소하고, 수출은 0.2%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35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고도 0%대 성장에 그친건 정책 실패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최은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은 지난 23일 논평에서 "소비쿠폰 등 온갖 돈 뿌리기 정책을 남발하고도 겨우 0%대 성장률을 목표로 하는 경제 아마추어 정부의 현실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맹비난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경기가 극도로 부진해 성장률 1% 달성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에는 내수 부진이 완화되면서 성장률이 1.8%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훈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올해 상반기, 특히 1분기 실적이 워낙에 안 좋았다. 상반기가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0%대 초반밖에 안 된기 때문에 연간으로 0.9% 성장을 하려면 하반기에는 거의 1%대 중반 정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훈 국장은 "이 정도(0.9%)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0.9%를 달성하고 성장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다 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다수의 국내외 경제 분석기관들도 올해 우리 경제가 1%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2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29일 경제전망에서 0.8%를 제시했다.

0%대 경제성장률은 과거 기준으로 보면 '경제 위기' 상황에 가깝다. 1960년 이후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이 1.0%에 미치지 못한 것은 ▲1998년 IMF 외환위기(-4.9%) ▲1980년 오일쇼크(-1.5%)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등 4차례 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의 성장률 저하는 단순히 경기 부진 때문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떨어진 영향도 크다. 2010년대 3%였던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20년대 2%대로 떨어지고 올해는 1%대까지 추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3차 추경 등 추가적인 경기부양보다는 긴 시야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는 "3차 추경은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요한건 단기 성장률 수치가 아니라, 이번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앞으로 5년 내 한국 경제 체질을 바꾸고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는 것"이라며 "단기 성과보다는 구조적 변화, 중장기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광석 실장은 "올해 이미 두 차례 추경을 했다. 추경은 경기 진작에 치중하기보다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단기적 경기부양에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