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어쩔수가없다'는 베네치아 최고 될 수밖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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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어쩔수가없다'는 베네치아 최고 될 수밖에 없나

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27일 개막해
'어쩔수가없다' 포함 경쟁 부문엔 21편
박찬욱 20년만 진출…한국영화 13년만
29일 밤 전 세계 최초 상영 예정돼 있어
박찬욱식(式) 부조리 유머 통할지 관건
기예르도 델 토로, 지안프란코 로시 등
황금사자상 수상자 다수 포함돼 있어
캐스린 비글로우 등 경쟁자 만만찮아

[나이스데이] 박찬욱, 기예르모 델 토로, 지안프란코 로시, 캐스린 비글로우, 짐 자머시, 요르고스 란티모스, 라즐로 네메스, 올리비에 아사야스…

올해 늦여름 베네치아 바다는 어느 때보다 화려한 별들로 가득 찬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은 이 중 가장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13년만에 한국영화 황금사자상 노린다

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가 27일부터 열흘 간 열린다. 올해 개막작은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의 '라 그라치아'이고, 경쟁 부문 진출작은 박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포함 모두 21편이다. 한국 영화팬 관심은 역시 '어쩔수가없다'가 베네치아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다. 박 감독 영화가 베네치아 경쟁 부문에 간 건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20년만이고, 한국영화가 초청된 건 '피에타' 이후 13년만이다. '피에타'는 황금사자상을 받았었다.

그간 내놓은 영화의 완성도와 쌓아올린 명성으로만 본다면 박 감독 영화와 박 감독은 같은 부문에 오른 어떤 영화, 어떤 감독에도 뒤지지 않는다. 단순 수상 경력만 비교해도 박 감독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성과를 냈다. 다만 이번에 베네치아에서 만나게 될 감독 면면과 그들의 영화를 보면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어쩔수가없다'는 영화제 3일차인 오는 29일 오후 9시45분에 전 세계에서 처음 상영된다. 이 자리엔 박 감독과 함께 이병헌·손예진·박희순·이성민·염혜란이 참석한다. 이들은 공식 기자회견과 레드카펫 행사에도 함께할 예정이다.

◇박찬욱의 부조리 유머 베네치아서 통할가

이 영화는 다 이뤘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가 갑작스럽게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하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이병헌이 만수를, 손예진이 만수 아내 미리를 연기했다.

원작은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트(Donald E. Westlake)가 1997년에 내놓은 소설 '액스'(The Ax)다. 박 감독은 십여년 전부터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수 차례 말해왔다. 지난 19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도 "원작 소설을 처음 읽고 영화로 옮기고 싶다고 생각한지가 20년이 다 돼 간다"고 했을 정도다.

이야기 얼개는 소설과 유사하다. 중산층 남성이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한 뒤 다시 취업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들을 살해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다만 박 감독이 앞서 원작을 각색해 만든 작품들은 사실상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번에도 박 감독만의 터치가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 제작보고회에서 박 감독은 원작에 유머를 더하는 각색을 했다고 했다. "아주 씁쓸한 비극에다가 새로운 종류의 부조리한 유머를 넣었다. 슬프게 웃긴 유머가 담기길 바랐다." 부조리는 박 감독 영화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다.

◇델 토로와 로시, 황금사자상 경력직

박 감독의 강력한 경쟁자로는 일단 황금사자상 수상 경력이 있는 두 사람을 꼽을 수 있다. 한 명은 기예르모 델 토로, 다른 한 명은 지안프란코 로시다. 델 토로 감독은 2017년 '쉐이프 오브 워터'로, 로시 감독은 2013년 '성스러운 도로'로 최고상을 받았다. '성스러운 도로'는 다큐멘터리 영화 최초 수상이기도 했다.

판타지 장인 델 토로 감독은 메리 셀리의 SF 고전 '프랑켄슈타인'을 영화로 만들었다. 크리스토프 발츠, 오스카 아이삭, 찰스 댄스 등 최고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함께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성스러운 도로'와 '파이어 앳 시'로 도시와 공동체를 탐구했던 로시 감독은 '벨로우 더 클라우드'(Below the Clouds)로 다시 한 번 도시와 사람을 들여다본다. 이번에도 그는 나폴리를 어떤 내러티브도, 어떤 내레이션도 없이 파고 들어간다. 화산, 바다, 시간, 역사, 과거, 현재를 아우르는 연출은 로시 감독 미학 정점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

◇비글로우·란티모스·네메스, 이토록 화려한 이름들

캐스린 비글로우, 요르고스 란티모스, 라즐로 네메스. 이들 세 감독도 박 감독의 경쟁자다. 비글로우 감독은 '허트 로커'(2009)로 여성 감독 최초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아낸 입지전적 인물. 란티모스 감독은 한 마디로 전 세계 영화계 대세다. 네메스 감독은 '사울의 아들'(2015)로 아우슈비츠 영화의 새로운 윤리적 시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글로우 감독의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2012)로부터 뻗어 나와 정치·군사 3부작을 완성한다는 평가. 이 영화는 미국이 정체불명의 미사일 공격에 노출되자 백악관 인사들이 대응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레베카 퍼거슨, 이드리스 엘바, 앤서니 라모스, 자레드 해리스, 그레타 리 등 할리우드 스타 배우가 출연했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는 올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어쩔수가없다' 다음으로 한국 영화팬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작품이다. 장준환 감독이 2003년 내놓은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작이다. 한 남성이 대기업 여성 CEO를 외계의 존재로 믿고 그를 납치해 세상을 구한다는 망상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원작에서 신하균이 맡은 병구를 제시 플레먼스가, 백윤식이 맡은 만식을 엠마 스톤이 연기했다.

네메스 감독은 신작 '오펀'을 통해 1956년 헝가리 혁명 이후 소련의 무자비한 정치적 탄압을 소년의 눈으로 바라 본다. 이번 작품도 '사울의 아들'처럼 역사적 사건과 그 사건에 얽힌 사람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며 윤리적·도덕적 감각의 방향 전환을 유도할 거로 추측된다.

◇자머시·아사야스·사프디, 그 묵직한 이름들

현재 미국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게 션 베이커라면 션 베이커 이전 미국 독립영화의 상징은 바로 이 사람, 짐 자머시였다. 어느새 70대가 된 노장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 애덤 드라이버와 함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라는 작품을 들고 베네치아를 찾는다.

2012년 베네치아영화제에서 각본상, 2016년 칸에서 각본상을 받은 적 있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위저드 오브 크렘린'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블라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영화화해 주목 받는다. 푸틴이 여론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젊은 영화 감독과 푸틴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드 로가 푸틴을, 폴 다노는 푸틴의 홍보담당자 바라노프를 연기했다.

'굿타임'(2017) '언컷 젬스'(2019)로 빼어난 재능을 인정 받은 베니 사프디 감독의 '스매싱 머신'도 있다. 프로레슬러 출신 배우 드웨인 존슨을 UFC 선수 '마크 커'로 변신시켰고, 여기에 에밀리 블런트가 힘을 보탰다. 평범한 연출과는 거리가 먼 감독이기에 사프디식(式) 스포츠 영화가 어떻게 탄생할지 관심이 높다. 이밖에 배우 서기가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은 '걸', 노아 바움백 감독의 '제이 켈리'도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