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가창·그 남자 작곡? 혼성듀오 편견 깨는 뉴질랜드 '폴리(Fo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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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가창·그 남자 작곡? 혼성듀오 편견 깨는 뉴질랜드 '폴리(Foley)'

'잔다리 페스타' 참여 차 첫 내한
호주 시드니 기반으로 활동
토베 로·레미 울프 등 전 세계 뮤지션들과 한 무대에
"韓 문화는 '함께 나누는 것'이 핵심"

[나이스데이] 카펜터스(Carpenters), 유리스믹스(Eurythmics), 팅팅스(The Ting Tings)….

역대 전 세계적인 혼성 듀오는 사실과 상관 없이 남성 뮤지션이 작곡을 비롯한 프로덕션을, 여성 뮤지션이 주로 가창을 맡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 여자 가창, 그 남자 작곡'이었던 셈이다.

뉴질랜드 출신 혼성 듀오 '폴리(Foley)'는 이 이미지를 누그러뜨린다. 보컬 겸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인 애시 월리스(Ash Wallace)와 가브리엘 에버렛(Gabriel Everett)이 뭉친 팀.

이들은 다른 프로듀서 두 명과 균등하게 작업하며 정체성이 뚜렷한 음악을 빚어낸다. 똑같이 음악을 만들고 똑같이 노래한다. '하트스트링스(Heartstrings)' '언스테이블(Unstable)' 등이 대표곡이다.

'아오테아로아 뮤직 어워즈'(Aotearoa Music Awards)' 3회, '아프라 실버 스크롤 어워즈(APRA Silver Scroll Awards)' 2회 등 뉴질랜드·호주 굵직한 시상식 수상 후보에 오르며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차세대 팝 아티스트로 주목 받았다.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특징인 이 팀은 스웨덴 여성 싱어송라이터 토베 로(Tove Lo),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레미 울프(Remi Wolf), 뉴질랜드 인디 팝 싱어송라이터 베니(BENEE), 영국 밴드 '투 도어 시네마 클럽(Two Door Cinema Club)', 호주 일레트로닉 뮤직 프로듀서 겸 DJ 듀오 '플라이트 퍼실리티스(flight facilities)' 등의 공연에 서며 입지를 다졌다.

이들이 서울 홍대 앞에서 열리는 아시아 음악 쇼케이스 페스티벌 '잔다리 페스타 2025'를 통해 첫 내한한다. '잔다리페스타 애프터파티'(18일 서울 생기스튜디오), '잔다리 페스타 공식 쇼케이스'(19일 서울 클럽 온에어) 참가 이후 24일 서울 서브라이엇(Subriot)(with Paige), 25일 대구 제임스레코드 소리정원(with Nat Vazer), 26일 부산 오방가르드(with Nat Vazer) 등 전국 투어도 병행한다.

-이번이 한국 첫 방문인데, 소감은 어떤가요?

"오래전부터 꼭 오고 싶었어요! 저희 한국 팬들은 예전 싱글 '콜라(Cola)'를 발매했을 때부터 늘 친절하고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죠. 이번에는 재미있게 놀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무대에서 마음껏 춤추고 즐기고 싶어요!"

-올해 초 발매한 앨범 '댓츠 라이프, 베이비!(That’s Life, Baby!)' 참 좋더라고요. 뉴질랜드 와이헤케 섬에서 작업이 시작된 앨범이라고요. 작업 과정을 들려줄 수 있나요? 앨범에 녹아든 섬의 분위기는 어떤 것들입니까?

"고마워요! 네, 저희는 친구이자 프로듀서인 해리 찰스(Harry Charles), 조시 네일리(Josh Naley)와 함께 와이헤케 섬으로 3일짜리 송라이팅 캠프를 갔어요. 악기를 들고 해변가의 집 거실에 셋업을 했죠. 예상치 못했지만 그곳에서 앨범의 대부분을 완성했어요. 집을 둘러싼 유리창 너머로 해변과 숲이 보였는데, 날씨가 곡의 분위기를 많이 좌우했어요. 햇살이 밝을 땐 유쾌한 곡이, 비가 오면 좀 더 내면적인 곡이 나왔죠."

-인생의 거대한 것들이 아닌 감정 그 본연에 초점을 맞춘 앨범이라, 사적인 것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드는 앨범 같은데요. 이런 부분들이 의도가 된 건가요?

"어느 정도는 의도적이었어요. 첫 앨범 '크라우드 플리저(Crowd Pleaser)'를 쓸 때는 꽤 세세하고 정교하게 작업했거든요.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흐름에 맡기기로 했어요. 작곡가로서 우리 자신을 좀 더 신뢰하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에서 출발해 순수한 결과물을 만들고자 했죠."

-리듬감도 넘칩니다. 강조하고 싶었던 사운드의 질감은 무엇이었나요?

"저희는 리듬을 정말 좋아해요! 좋은 베이스라인이 바로 폴리의 핵심이죠. 프로듀서 해리와 조시는 곡마다 독특한 질감과 재미를 잘 담아내요. 타이틀곡 '댓츠 라이프, 베이비!'의 멜로디는 사실 예전 폴리 곡을 리샘플링해서 새롭게 만든 거예요. 또 피버(Fever)의 보코더 보컬이나 하트스트링스(Heartstrings)'의 하모니 등 다양한 보컬 시도가 많이 담겼어요."

-두 분은 밴드 활동을 통해서 만난 걸로 아는데요. 첫 만남 과정을 구체적으로 들려주실 수 있나요. 혼성 듀오는 요즘 흔치 않은 구성인데요. 이 유닛 형태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고등학교 밴드 경연대회에서 처음 만났어요. 각자 밴드로 참가했는데, 나중에 다같이 친구가 됐죠. 서로 오랜 친구였기 때문에 함께 음악을 쓰게 됐을 때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어요. 또 저희는 둘 다 보컬이자 작곡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당시엔 남성 프로듀서–여성 보컬 형태의 듀오가 많았는데, 그 이미지를 깨고 싶었죠."

-당신들의 음악은 귀에 훅훅 감기는 일렉트로팝이에요. 어린 시절 주로 들었던 음악은 무엇이고, 좋아했던 뮤지션은 누구였나요? 함께 음악을 만드는 두 프로듀서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물론 곡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네 분의 작업 방식이 어떤 지도 궁금해요.
"저희는 플리트우드 맥, 스티비 닉스, 프린스, 비틀스, 마이클 잭슨 같은 클래식 아티스트들을 좋아했어요. 70~80년대의 펑크와 솔을 많이 들으며 자랐죠. 팝 작곡의 구조를 탐구하는 걸 늘 흥미롭게 느껴요. 작업은 보통 그날의 감정이나 생각을 대화하면서 시작하고, 누군가가 악기 리프를 만들면 그 위에 보컬 아이디어를 얹어요. 자연스럽게 흐르며 만들어지죠."

-.2년 전에 발매했던 첫 정규 앨범과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그 사이 당신들은 어떤 측면에서 성숙했나요?

"이번엔 작곡가로서 자신을 더 믿었어요. 첫 번째 아이디어, 첫 번째 보컬 테이크를 그냥 살리는 식으로요. 첫 앨범 '크라우드 플리저(Crowd Pleaser)'는 섬세하고 프로덕션적으로 꽉 찬 느낌이었다면, 이번 '댓츠 라이프, 베이비!'는 반대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그대로 따랐어요."

-지금은 호주 시드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아요. 뉴질랜드에서 주로 활동하던 때와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시드니는 정말 멋진 도시예요! 활기차고 재밌죠. 무엇보다 사람들도 따뜻하고 환영해줘요. 저희는 여전히 뉴질랜드인이지만, 호주 음악 산업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졌어요."

-이제 오세아니아 외 세계 진출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시는 것으로 아는데요.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만한 팝 음악을 하는 거 같아요. 두 분이 생각하시기에 본인들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저희 음악의 핵심은 '공감'이에요. 모두가 느끼는 감정을 음악으로 연결하고 싶어요. 해외 투어를 다녀보면 늘 비슷한 경험을 해요. 사람들이 공연에 와서 서로 친구가 되고, 함께 춤추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그게 바로 저희의 보편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죠."

-이번 내한에서 서울뿐 아니라 대구 부산 등에서도 공연하는데요. 한국의 어떤 점을 느껴보고 싶나요? K팝을 비롯 한국의 대중음악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한국 인디 신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나요?

"솔직히 음식이 가장 기대돼요! 외부인의 시선에서 보면 한국 문화는 '함께 나누는 것'이 핵심인 것 같아요. 그런 공동체적인 문화를 직접 느끼고, 현지 아티스트들과 교류하고 싶어요. K팝은 2018년께 처음 접했는데, 장르의 혼합과 세련된 프로덕션, 멜로디, 가사가 정말 놀라워요.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노력의 수준도 인상적이고요. 인디 신도 궁금해요. 저희도 인디펜던트 뮤지션이니까요!"

-뉴질랜드 출신 가수 중 가장 유명한 뮤지션은 로드죠. 빅 룽가, 데이브 도빈 등 같은 훌륭한 뮤지션들도 맡고요. K팝 슈퍼스타인 블랙핑크 로제도 호주에서 자랐지만, 뉴질랜드 태생이죠. 당연히 가수마다 다르지만 뉴질랜드라는 환경이 뮤지션들에게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칠까요? 이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시죠?

"맞아요. 뉴질랜드 음악계는 서로 돕는 분위기가 강하고, 협업도 활발해요. 하지만 규모가 작다 보니 지속적인 커리어를 만들기엔 어려움도 있죠. 그래서 많은 키위 아티스트들이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곤 해요. 오히려 덕분에 글로벌 무대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죠."

-마지막으로 10월1일 발표한 신곡 '서커펀치(Suckerpunch)'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서커펀치'는 사랑에 빠지고, 깨지고, 또다시 사랑을 찾아 나서는 낭만주의자의 끝없는 순환을 그린 곡이에요. 갑작스러운 이별의 충격에 쓰러지지만, 그래도 진짜 사랑을 찾기 위해 다시 일어서는 거죠. 그런 사랑이라면 '한 방 맞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팬분들도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