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폭탄' 급한 불 껐지만…'무역 전쟁' 리스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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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트럼프發 '관세 폭탄' 급한 불 껐지만…'무역 전쟁' 리스크 여전

캐나다·멕시코 25% 관세 30일 유예…마약 문제 대응
트럼프 "관세로 타국 정부 압박"…강압 외교 도구로
예측 가능성 시대 종말…美경제도 차질 불가피할 듯

[나이스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당장 '관세 폭탄'은 피하게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화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하면서 미국발 글로벌 '무역 전쟁' 리스크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하루 전 30일 유예 합의…"마약·국경 대응 약속"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 25% 관세 적용을 하루 앞둔 3일(현지 시간) 부과 시점을 30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각각 통화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과 마약 유입 문제 대응 약속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트뤼도 총리는 마약 문제를 담당할 '펜타닐 차르'를 임명하고, 국경 지역에 마약 차단을 위한 인력 1만명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경 강화 계획에 13억 달러(약 1조9000억원)를 투입하고, 마약 카르텔을 테러리스트로 지정하겠다고도 했다.

셰인바움 대통령도 마약 밀매를 막기 위해 국가 경비대 1만명을 투입, 국경 보안을 즉시 강화하겠다고 했다.


양국 약속을 받아낸 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시점을 30일 미루겠다면서, 그 기간 경제 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특히 한 달 동안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 경제 사령탑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유예 사유는 국경과 마약 대응이었지만, 결국 관세를 무기로 유리한 무역 협정을 얻어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관세는 금융 통한 강압 외교 도구…지배에 초점"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진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타국 정부를 압박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관세를 자유롭게 사용할 것이라고 재차 공언했다.

관세를 단순히 국내 시장 보호 목적이 아닌 일종의 금융을 통한 강압 외교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너지경제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필립 벌리거는 "트럼프는 다른 나라의 힘을 약화시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목표는 협력이 아니다. 지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진단했다.


광범위한 관세가 굳어지면 결국 지역화로 회귀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비해 '맞불 관세'를 준비 중이며, 트뤼도 총리는 지난 1일 자국민에게 "미국산이 아닌 캐나다산을 구매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마이클 프로맨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WSJ에 "강압은 오히려 다른 국가들을 미국과 반대 방향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강압은 민족주의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예측 가능성 시대' 종말…"美경제 위축도 불가피할 것"

관세 부과와 상관없이 이번 정책은 규칙 기반의 예측 가능성 시대를 끝내고 불확실성을 야기하게 됐다.

에드워드 앨든 CFR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수십년 동안 구축한 국제 규칙과 예측 가능성을 트럼프 대통령이 종료시켰다며 "북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전례 없는 엄청난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미국 경제까지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27년까지 1%p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GDP 증가율도 같은 기간 0.3%p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밀리 블랜처드 다트머스대 턱 경영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세계 시장에 미국의 영향력을 과시해 미국의 힘 기반인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며, 관세 위협이 미국 경제 영향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정기적인 관세 부과가 예상되면 기업과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미래 혼란에 대비하려 할 것이라며 "무역 정책을 휘두를 때마다 그 힘은 약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점을 인식하며 단기적으론 자국민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결국 다른 국가가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우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그만한 대가는 치를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