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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의 AI 공약은 대부분 대규모 투자와 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AI 강국 도약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적게는 수십조, 많게는 200조원을 AI에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경선 후보들 AI 관련 공약 살펴보니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더불어민주당)는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면서 우리나라를 세계 AI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향후 5년간 100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국가 AI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과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이상 확보·AI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 지원, 인재 확보 등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해 한국형 챗GPT를 개발하고 전 국민이 무료로 이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AI로 금융·건강·식량·재난 리스크를 분석해 대비하는 'AI 기본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지역별 거점대학에 AI 단과대학을 설립해 인재를 양성하고, 병역 특례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같은 당 김경수 후보 역시 100조원 투자를 골자로 한 AI 공약을 내웠다. 구체적으로는 ▲민관 공동투자로 한국형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산업별로 특화된 AI 혁신 프로젝트 지원 ▲AI,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헬스, 모빌리티, 탈탄소 등 5대 첨단기술 분야를 위한 국가전략기술기금 50조원 조성 등을 공약했다. 특히 AI 투자를 위한 재정 전략으로 "17%대로 떨어진 조세 부담률을 22%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국민의힘)는 200조원 투자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AI 3대 강국·국민소득 4만 달러·중산층 70%'라는 '3·4·7' 비전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데이터 센터, 컴퓨팅 하드웨어, 반도체 등 AI 인프라에 5년간 1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 AI, 로보틱스, 국방 AI, 드론, 자율주행 등 실제 응용 분야(AI+x)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팔란티어'가 탄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AI 인재 양성의지도 강조하며 "초·중·고부터 대학 교육까지 교육 과정을 전면 개편해 'AI 전사(전문 인재)' 1만명을 양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 조직으로 '미래전략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대선 경선 후보(국민의힘)는 AI,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K-서비스 산업을 5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035년까지 AI 세계 3강 진입, 반도체 기술 주권 확보, 연구개발 투자 비중 GDP의 5% 달성, 과학기술 핵심인재 100만 양성, 20조원 규모의 K-스타트업 펀드로 창업국가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대선 경선 후보(국민의힘)는 AI로 G5 경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 직속 AI 전담 기구 운영 및 AI 분야에 최소 10조원 이상 투자, 최첨단 GPU 5만개 이상 확보 ▲반도체와 클라우드를 연계한 '통합 AI 인프라' 구축 ▲국가 인프라 대학·연구소·스타트업에 개방 ▲국산 NPU 활용 생태계를 정부가 직접 조성 ▲AI 주권을 지키는 데이터 전략 수립 ▲AI 인재 육성 및 해외 인재 유치 등이다. 특히 한국인 최고 AI 인재들이 국내로 돌아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환경과 파격적인 처우를 보장하는 'AI코리아 리더스 귀환 프로젝트'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국민의힘)는 ‘초격차 기술주도 성장’ 전략을 내세웠다. AI, 양자, 상온 상압 초전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글로벌 연구·개발(R&D)을 선도할 수 있도록 5년 간 최소 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신기술과 신사업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신산업 게이트프리(Gate Free)' 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 전문가들 "AI 중요성 인식" 대체로 긍정 평…현실적인 실행방안 담보돼야
전문가들은 대선 예비 후보자들의 이같은 AI 공약에 대해 AI 산업·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육성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적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대규모 투자 규모를 강조할 뿐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과 실행 방안 면에서 다소 현실적이지 않은 측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사실 대선후보자들의 지금 공약들을 들여다 보면 의미 없이 (AI 투자) 숫자만 얘기할 뿐,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건지 먼저 확실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목표와 방향성이 없는 투자 규모는 무의미하다는 것.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기존 정책을 답습한 수준들의 공약들이 많다"며 "지난 정권과도 크게 차이가 없고, 대권 주자로 나오신 분들 사이에서도 다 비슷한 논조라 어느 분이 더 차별성이 있다고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AI 기술을 발전시킬 인재들이 없다면 100조원이든 200조원을 투자해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끝날 것"이라고도 했다. 인프라와 하드웨어, 반도체만 산다고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 업계도 "AI 대통령 대환영"…데이터·인재 확보 국가가 직접 나서야
산업계도 대선 예비 후보자들이 AI 공약을 앞세우는 분위기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AI 인재 양성과 GPU, 세제 혜택, AI 학습 데이터 활용 방안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후보자들의 공약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모든 예비 후보자들이 AI 공약을 최우선 정책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어 매우 다행"이라면서도 특히 데이터·인재·GPU 세 가지 핵심 요소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가 국내 AI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학교의 우수한 인재들이 기업으로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인력 양성에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익명을 요구한 AI 기술 스타트업 대표 A씨도 "현재 글로벌 기술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기술 스타트업 관심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반겼다. 그러면서 "기술 스타트업의 경우 초기 생존율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스타트업 실정에 맞춘 지원책도 필요하다"며 "세제 혜택 확대나 규제 샌드박스 활성화, 공공 조달 시장 접근성 강화 등에 대한 구체적 지원이 함께 이뤄진다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