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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중 상당수가 동네 병의원 등에 취업해 근무 중인 데다 저연차는 아예 수련 자체를 포기한 경우가 많아 복귀 전망이 어둡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전공의들은 복귀 가능성이 더 낮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A 교수는 "전공의는 의사 면허가 있어 이미 절반 이상이 종합병원, 개원가, 연구원으로 취업했다"면서 "수련을 받을 때보다 더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바깥 세상을 경험했기 때문에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한다 하더라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까지 수련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연령이 높은 고연차 레지던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 B 전문의는 "빨리 수련을 마쳐야 하는 나이가 좀 있는 3~4년차(레지던트) 가운데 일부가 돌아올 것 같은 분위기"라면서 "복귀 규모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전공의들은 대부분 돌아올 마음이 아직은 없다"고 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으로 복귀했지만 이마저도 정신건강의학과, 피부과, 안과 등 인기과로 쏠리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이 고립감과 소통의 단절이 특징 중 하나인 코로나 세대여서 대규모 복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전 세대에 비해 개인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훨씬 강해졌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 C 교수는 "지금 전공의들이 코로나 세대"라면서 "제너레이션 갭(세대차)이 의료에 미치는 영향이 많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전공의들이 수련을 그만둔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 했는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전날 "수련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가 확인된다면 5월 중이라도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수련환경 개선 등 현안에 대해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의견을 적극 개진해 달라"고 밝혔다.
정부가 '5월 전공의 추가 모집'을 검토 중인 것은 올해 신규 전문의 배출이 전년의 5분의1 수준(총 509명)에 그쳐 '의사 배출 절벽'에 직면한 만큼 사직 전공의들에게 복귀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전공의들은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으면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잃게 된다. 올해 수련은 3월에 시작됐기 때문에 5월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내년 신규 전문의 배출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달 중 사직 전공의들의 수련 병원 복귀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일부 사직 전공의들은 "저희 목소리를 반영해 사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열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일부 사직 전공의들은 전날 '사태 해결을 원하는 사직 전공의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저희는 이제 소모적인 갈등에서 벗어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싶다"면서 "의료 현장에서 환자 곁을 지키며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저희가 진심으로 바라는 길이며, 국민 건강을 지키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4년 2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준비되지 않은 의료 정책 추진에 깊은 문제 의식을 느꼈고, 올바른 의료를 하고자 하는 젊은 의사의 의지로 수련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면서 "저희가 환자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