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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23년 탈모증으로 진단 받은 남성 환자의 수는 13만8548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가 44%를 차지했다. 이는 병원을 방문해 급여를 적용받는 환자 수가 기준인 만큼 탈모 인구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형 탈모는 국가와 인종을 막론하고 2030세대에서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남성형 탈모증의 약 25%가 21세 이전에 탈모가 시작되며 미국 남성의 3분의 2가 35세 정도가 되면 눈에 띄는 탈모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미국 탈모 협회 조사 결과도 있다.
남성형 탈모는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이 많이 생성돼 모발이 빠지는 탈모 질환이다. 남성형 탈모가 유발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안드로겐 활성과 유전적 요인이 꼽힌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안드로겐의 일종이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를 만나면 강력한 안드로겐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환된다. 이 DHT가 탈모를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남성형 탈모 환자의 혈중 안드로겐 농도는 탈모가 없는 사람과 비슷하지만, 국소 부위에 한해 DHT가 많이 생성되고 해당 부위에서 남성형 탈모가 발생하게 된다.
탈모 가족력이 있는 경우 탈모 발생 확률이 더 높다. 남성형 탈모의 정확한 유전 양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모나 조부모 중 탈모가 있을 수 있다.
남성형 탈모는 모낭의 앞부분과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점점 짧고 가늘어지고 색이 옅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탈모가 진행되면서 이마선이 뒤로 밀려나고, 모발 수가 적어져 두피가 드러나게 된다. 남성형 탈모가 많이 진행된 상태여도 뒷머리는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앞머리·정수리 쪽의 모낭과 뒷머리의 모낭이 안드로겐에 대한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이다.남성형 탈모가 발생하는 앞머리의 모낭은 DHT와 5-알파환원효소의 활성이 뒷머리 모낭에 비해 높기 때문에 모발의 성장 기간이 짧아지면서 탈모 위험이 커지게 된다.
남성형 탈모는 앞머리 경계선의 모양을 기준으로 M형, C형, U형 등으로 나뉜다. 이 중 M형이 남성형 탈모 중 가장 흔한 탈모 유형으로 양쪽 이마 끝에 탈모 증상이 나타나 헤어라인의 형태가 M자를 나타낸다.
탈모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는 정도는 어릴수록 심각했다. 2023년 남성형 탈모 환자 402명을 대상으로 탈모로 인한 삶의 질 문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환자의 정서, 증상, 사회적 기능 등을 토대로 삶의 질을 평가한 스킨덱스(Skindex) -29 지수 평가에서 20대 환자군의 평균 점수가 가장 높고(29.1±20.2점) 30대 환자군(24.1±20.4점)이 뒤따랐다.
탈모가 일찍 시작할수록 자존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올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탈모 관련 인식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80.7%가 탈모 증상이 있다면 취업, 연애, 결혼 등 삶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 같다고 답했다. 20대 58.8%, 30대 53.6%, 40대 52.0%, 50대 40.0%로, 연령이 낮을수록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탈모 증상을 최대한 숨기고 싶어하는 경향도 뚜렷했다.
탈모로 낮아진 외모 만족도는 대인관계에 있어 자신감 상실, 불안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20세 이상 성인 남성 212명(탈모인 114명·비탈모인 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탈모인들은 비탈모인에 비해 낮은 자아 존중감과 높은 스트레스·우울감 정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병원을 방문한 탈모인의 60%가 탈모증으로 놀림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신정원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남성형 탈모는 단순한 미용의 문제가 아닌 어릴수록 정서적·사회적 영향을 더욱 크게 미치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 결과 2030대 환자에서 삶의 질 저하 정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을 만큼 외모 변화에 대한 민감도, 사회적 낙인 우려, 자존감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젊은 연령층의 탈모는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더욱 취약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