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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타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해제'와 '쌀 시장 추가 개방'을 협상 카드로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농민단체의 저항이 거세 8월1일 이전 타결이 가능할 지 미지수다.
기업들은 25% 관세 부과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북미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는데 현지 생산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중견 부품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고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6월 자동차산업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대미 수출은 158억67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189억9700만 달러대비 16.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량이 급감한 주된 이유는 대미 자동차 수출 비중이 큰 상황에서 미국이 외국산 자동차에 4월 3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으로 볼 여지가 많다.
관세 부과 이전인 3월엔 전년동월대비 10.8% 감소한 27억8000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고 4월 28억9000만 달러(-19.6%), 5월 25억2000만 달러(-27.1%), 6월 26억9000만 달러(-16.0%) 등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이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생산을 줄이고 미국 현지를 비롯해 해외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1~5월 국내기업들의 해외생산량은 158만대로 전년대비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정부 4년간 21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결정한 현대기아차는 현재 미국 내 연산 70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며 신규공장 가동 확대를 통해 최대 12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현대 앨라배마 공장(36만대), 기아 조지아공장(34만대), 2024년 말 가동을 개시한 전기차 전용공장의 생산량은 최대 50만대까지 확대하며 대미 수출물량의 약 50%를 현지 생산으로 대체한다는 것이 목표다.
완성차 업체들이 현지 생산을 늘리면 국내 협력업체도 미국에 진출해야 하는데 자본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의 경우 시간이 흐를 수록 도태될 수 밖에 없고 국내 자동차 산업 약화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선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통해 미국이 부과한 품목별 관세율 인하 또는 폐지가 이뤄져야 하는데 당분간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등 우리나라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데 관계부처를 비롯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실용적인 통상정책을 전개한다는 계획인데 상호관세 부과일인 8월1일을 넘기더라도 일방적인 양보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자동차에 부과된 25% 관세율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렇게되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당장 하반기 수출이 걱정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공개한 2025년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인상률이 15%가 넘을 경우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수준을 뜻하는 '수출 채산성' 전망과 관련해선 47.3%가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할 수 있지만 자동차(53.8%)와 자동차 부품(66.7%) 수출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소 부품사의 미국 현지 진출 확대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과 수출피해 지원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국내 자동차 산업은 임단협 결렬에 따른 생산차질 가능성,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 등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과 소통하며 신시장 개척, 미래차 산업경쟁력 강화, 수출피해 지원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