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예고부터 협상 타결까지…숨가빴던 168일[관세협상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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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예고부터 협상 타결까지…숨가빴던 168일[관세협상 타결]

트럼프, 2월 "공정한 무역 위해 상호관세" 예고
美 관세율 0% 가까웠지만 무역흑자 규모 발목
4월 상호관세 '25%' 발표…7월까지 발효 유예
李 정부 출범 이후 협상 본격화…8월까지 연기
관세 시한 앞두고 '올코트 프레싱'…재계도 지원

[나이스데이] 우리나라는 미국과 기존에 예고된 상호관세율 25%를 경쟁국과 같거나 낮은 수준인 15%로 낮추는 내용의 무역합의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선언한 이후 168일만이다. 정권교체 등 변수를 넘어 합의를 이뤄낸 168일의 여정을 되짚어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3일(현지 시간) "무역과 관련해 공정함이란 목적을 위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던 우리나라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 오른 순간이었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세율은 0%에 가까웠지만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미국의 목표 아래 상호관세 부과를 피할 수는 없었다.

외신을 중심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한국의 관세율이 13.6%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우리나라의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기준 0.79% 수준으로, 환급까지 고려할 경우 더 낮은 상황이었다.

3월 12일부터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정인교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보내 미국에 통상 현안 관련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는 FTA로 인해 우리나라가 미국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가 0%에 가깝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으나 관세 부과를 피할 수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현지 시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발표했다.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당초 미국은 4월 9일부터 상호관세 부과를 발효할 예정이었으나 주식·채권 시장 등의 변동이 커지자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협상을 위한 90일의 시간을 번 우리 정부는 상호관세를 낮추기 위해 ▲방위비 인상 ▲비관세장벽 완화 ▲조선업 등 산업 협력 ▲에너지 수입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전 산업부 장관은 같은 달 24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 통상 협의'를 갖고 '7월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나라의 대선이 6월 3일로 예정돼 차기 정부가 통상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안 장관은 5월 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그리어 대표와 양자 회담을 진행한 뒤 ▲균형무역 ▲비관세조치 ▲경제안보 ▲디지털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협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권이 교체된 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통화를 통해 관세 협상과 관련해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같은 달 17일 통상추진위원회를 열고 범부처 공동대응체계를 가동해 관세 협상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현지 시간) 미국을 찾아 러트닉 상무장관과 그리어 대표와 만나 이재명 정부 첫 통상 장관급 관세 협상에 나섰다.

여 본부장은 우리 정부의 대응 전략을 최종 점검한 뒤 이달 4일 재차 방미길에 올랐다. 이후 그리어 대표와 러트닉 장관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다행히 미국이 8일 상호관세 발효를 목전에 두고 발효를 내달 1일까지 한 차례 더 연기하기로 발표하면서 협상을 위한 21일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대미 관세 협상 시한이 임박하면서 정부는 관세·비관세·안보 분야 현안 등 한미 관계 전반에 대한 '올코트 프레싱(전면 압박수비)'에 나섰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9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협의를 진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여 본부장은 25일(현지 시간) 미국과 '2+2 통상협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측의 사정으로 2+2 통상협의는 연기됐다.

다만 미국에 나가있던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여 본부장은 24일(현지 시간) 러트닉 장관과 만나 관세 협상 타결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내달 1일 이전에 협상안을 도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 장관은 24일(현지 시간) 더그 버검 미국 국가에너지위원장과 만나 에너지·광물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여 본부장은 25일(현지 시간) 그리어 대표와 비관세 조치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귀국 일정을 취소한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러트닉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에 동행하기 위해 떠나자, 협상을 지속하기 위해 급히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구 부총리는 미국을 찾아 29일(현지 시간) 김 장관, 여 본부장과 함께 이틀에 걸쳐 러트닉 장관과 통상협의를 진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에서도 미국을 방문하면서 관세 협상을 측면 지원했다.

민관이 전방위 대응에 나선 끝에 우리 정부는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대신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1500억 달러는 조선 분야에, 2000억 달러는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에 조성한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미국의 강한 요구가 있었지만,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로 개방하지 않는 걸로 합의했다.

현재 품목관세 25%가 부과되고 있는 자동차 관세 역시 15%로 낮췄다. 추후 부과 예고된 반도체·의약품 품목에 대해서도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합의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