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농산물 완전 개방 요구 '어불성설'…美농식품, 상반기 韓시장 6.6조 흑자[세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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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트럼프 농산물 완전 개방 요구 '어불성설'…美농식품, 상반기 韓시장 6.6조 흑자[세쓸통]

한미 관세협상서 쌀·소고기 추가 개방 않기로 합의
트럼프 "농산물 등 완전 개방"…입장 엇갈려 우려↑
美, 韓농식품 시장 최대 수입국…상반기 6.6조 흑자
과채류 검역절차 등 비관세장벽 완화 지속 요구 중

[나이스데이]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려됐던 쌀과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냈다는 소식도 들려왔죠. 하지만 미국 측의 농산물 시장 개방 압박이 거셌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할 것"이라며 '농산물'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우리 정부는 이미 미국에 대한 우리 농산물 시장은 사실상 99% 이상 열려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에 추가 시장 개방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 농산물 시장은 미국에 대해 99.7% 열려있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농식품 수입국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농식품 수입국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왜 자꾸 추가 개방하라는 것인지 답답해지는 대목입니다. 통계를 통해 미국이 우리나라의 농식품 수출입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을 살펴봐야겠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2025년 2분기보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6월 농식품 총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한 216억 달러(약 30조2422억원)입니다. 이 중 1위가 56억4300만 달러(7조9008억원)를 수입한 미국입니다.

반대로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한 농식품은 9억3000만 달러(1조3021억원) 수준. 무역수지는 47억1300만 달러(6조6034억원) 적자에 이릅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올해 상반기 동안 벌어간 돈이 6조6000억원을 넘어선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농식품 무역수지 적자는 165억1000만 달러입니다. 대미 적자가 전체 적자의 4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2분기만 떼어놓고 봐도 미국산 농식품 수입액은 압도적입니다. 총 수입액 111억4650만 달러 중 미국은 29억1890만 달러입니다. 전년 대비 7.8%나 늘었습니다. 아세안과 중국이 각각 0.5%, 0.2% 줄어든 것과 대조적입니다.

미국은 우리나라 협상단의 끈질긴 설득 끝에 쌀과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에는 한 발 물러섰지만 과채류 검역절차 개선 등 비과세장벽 완화를 지속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채류 역시 사실 우리나라가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국내 농업을 보호하고 국민 건강권을 위해 필수적인 검역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미국의 일부 농산물이 이 검역 절차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농산물은 식량주권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게다가 검역을 소홀히 했을 때 국내 농업이나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검역 절차는 우리 국경을 지키는 최소한의 보루인 셈입니다.

농산물이 협상 카드로 언급되는 데 대해 농민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정서도 좋지 않은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전세계 강국 간 패권 싸움 속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 농업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