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에 300명이 넘는 청소년이 교제폭력으로 검거됐다.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증가세를 보인 10대의 교제폭력이 올해에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바른 관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총 6963명이 교제폭력으로 검거됐다. 20대가 2467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1858명 ▲40대 1209명 ▲50대 715명 ▲10대 364명 ▲60대 이상 350명 등이었다.
최근 5년간 10대의 교제폭력은 전 연령대 중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2020년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10대는 280명이었으나 지난해 626명으로 늘며 2.2배(123.6%) 급증했다. 2022년부터는 훈방·즉결심판 처리된 가해자는 제외하고, 형사입건된 가해자만 집계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10대의 교제폭력 문제는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10대는 2020년부터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이 매년 늘어난 유일한 연령대다. 교제폭력 사건에서 주된 가해 연령층으로 꼽히는 20대와 30대는 2021년 한 차례 소폭 감소했지만, 10대는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A씨는 "학생들 간에 교제폭력이 왕왕 발생한다"며 "가스라이팅,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스킨십 강요, 원치 않는 성관계 요구 등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목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성평등 교육의 부재, 가벼운 처벌, 갈등·감정 조절에서의 미숙함 등을 청소년 교제폭력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교제폭력이 10대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별로 상상하지 못하는 사회다. 현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서로 존중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맺을 것인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어떻게 다룰지, 상대의 거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전무하다"고 분석했다.
허 조사관은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을 촉법소년 등을 이유로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며 "손을 봐야 한다"고 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갈등이 생겼을 때 사과하고 공감하고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등 실수, 시행착오, 갈등 해결을 통해 성장하는 경험이 적다"며 "코로나 세대는 학교를 다니면서 어릴 때 친구와 만나는 경험이 덜해 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성별 고정관념이 예전보다 적어졌다고 하지만 사귈 때는 성역할에 충실해지기도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교육을 통해 청소년의 교제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조사관은 "미디어에서는 남성들의 폭력적인 구애나 잡아끄는 행위 등을 '사실은 좋아서 그랬어'라고 로맨스로 포장하는데 10대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런 것들이 교육 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라며 "'연인관계가 됐다고 해서 '네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상대가 된 게 아니야', '너랑 언제든지 원할 때 성관계할 수 있는 대상이 생긴 게 아니야'라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평등한 연애, 의사소통, 의사결정, 안전한 이별, 연애 후 성장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성장하는 과정 중 관계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고 실수했을 때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