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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2년 전 비슷한 행정망 장애를 겪은 뒤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대처가 미흡하다며 일부가 아닌 전체 시스템에 대한 이중화와 백업 체계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8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6일 국정자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리튬 배터리 화재가 22시간 만인 전날 완전히 진화된 이후 본격적인 서비스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재로 전소된 배터리 384개는 모두 화재 현장에서 반출을 완료했으며, 전산실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 항온항습기는 이날 오전 5시30분께 복구를 완료해 현재 정상 가동 중이다.
또 네트워크 장비 재가동을 진행해 이날 오전 7시 기준 50% 이상, 핵심 보안 장비는 총 767대 중 763대(99%) 이상 재가동을 완료했다.
김광용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오늘 중으로 (가동이 중단된 전산 시스템) 647개 중 551개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재가동해 서비스 정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가동이 중단된 전산 시스템은 총 647개다.
이 중 화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시스템은 96개이며, 나머지 551개를 중심으로 우선 복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647개 중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국민신문고, 정부24 등 인터넷망은 436개, 공무원의 업무용 행정 내부망은 211개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정부는 책임 있는 태도로 최대한 신속하게 행정 서비스를 복구 중"이라며 "복구 진행 상황과 원인 규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3년 11월 17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행정 전산망 장애 사태 이후 2년도 채 안 돼 또다시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면서 정부 대책과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 전산망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사흘간 주민등록등본 발급 등 각종 증명서 발급이 중단되는 등 행정망 먹통 사태가 초래됐다.
이후 정부는 네트워크 영역에서 라우터(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비) 고장 등 불량이 발생한 것을 장애 원인으로 보고, 노후 장비 교체와 이원화 시스템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물론 화재인 이번 경우와 2년 전 사태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곽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서비스 마비라는 점에서는 결과적으로 비슷하지만, 당시에는 노후 장비 문제였고 이번에는 배터리 화재로 인한 것"이라며 "완전한 유사한 사고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업무 연속성 및 가용성 차원에서는 상당히 비슷한 사안으로,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시스템 운영 시에는 재난 복구 계획(DRP)와 업무 연속성 계획(BCP)이라는 게 있다"며 "이 두 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게 기본인데, 여전히 제대로 안 돼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도 "구글 등 해외에서는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 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에서 신속하게 대처한다"며 "그런데 이러한 가용성이 여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정부는 2년 전 행정망 마비 사태 이후 업무 연속성을 고려해 국정자원 업무를 대전 본원, 광주센터, 대구센터 등 3곳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행안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의 총 1600여개 업무 시스템을 맡고 있다.
또 정보 시스템을 업무 영향도, 사용자 수, 서비스 파급도 등을 고려해 1~4등급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1등급 시스템 약 250개는 노후장비 교체, 이중화 적용 등의 예산을 우선 편성했다.
문제는 이러한 이중화 체계가 온전하게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정전, 화재 등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기본은 이중화"라며 "정부가 이중화 체계를 갖췄다고 하지만, 이번처럼 화재로 전산센터 전체가 멈췄을 때 다른 센터가 즉시 따라오는 수준의 이중화가 안 돼 있었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중화와 함께 백업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있다.
곽 교수는 "일부 서비스는 되고 일부는 안 되는데, 그것을 이중화가 돼 있다고 하면 안 된다"며 "이중화를 했다는 것은 명확하게 백업 서버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백업이 돼 있었으면 지금처럼 서비스가 중단되는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이러한 미비한 상황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이용석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재난 복구(DR)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큰 규모가 아니라 필요 최소한의 규모도 돼 있거나 데이터 백업 형태로만 돼 있는 것도 있다"며 "시스템별로 조금 다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국정자원관리원장은 백업 체계와 관련해 "정부가 재작년 장애 이후 '액티브(Active)-스탠바이(Standby)' 형태의 DR이 아니라 '액티브-액티브' 형식의 DR을 개발하겠다고 했다"며 "작년에 컨설팅을 하고 올해 시범 사업 중"이라고 했다.
'액티브-스탠바이'는 하나의 서버는 대기 상태에 있는 것이며, '액티브-액티브'는 2개 서버가 동시에 가동되는 것으로 보다 신속한 대응에 나설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인력 부족 등 정부의 전산망 운영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곽 교수는 "공무원은 2~3년마다 보직을 바꾸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산직을 따로 뽑기도 하지만 인력 부족 때문에 외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예산이나 인력이 없다면 차선책으로 민영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디지털 정부의 큰 틀을 새롭게 짜고,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2025.10.26 (일) 1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