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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불씨 하나에서 시작된 초유의 전산망 먹통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는 연일 복구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복구율은 아직 60%대에 그치고 있어 국민 불편과 혼란도 여전한 모습이다.
정부는 전체 시스템의 97%를 11월 20일까지 복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화재에 직접 영향을 받은 일부 시스템의 복구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완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번쩍' 하더니 연쇄 폭발…화재 어떻게 발생했나
24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안전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난 9월 26일 오후 8시15분께 국정자원 대전 본원 5층 7-1 전산실에서 시작됐다.
당시 작업자들은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배터리팩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국정자원 5층 전산실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이 배터리팩 주변에서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그런데 오후 8시16분44초께 배터리팩 선반 위쪽에서 갑자기 번쩍하고 불꽃이 튀더니 연기가 퍼지기 시작한다. 놀란 작업자들이 서둘러 대피하고, 발화 40초 뒤 일부 작업자가 소화기를 들고와 불을 끄려는 장면도 포착됐다.
하지만 첫 발화가 시작된 지 1분30초 만인 8시18분14초께 또다시 배터리팩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더니, 이내 폭탄이 터지듯 연쇄 폭발과 화염이 이어지며 전산실 내부는 삽시간에 검은 연기로 가득 찼다.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다.
다만 화재를 수사 중인 경찰은 배터리 이전 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불법 하도급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관련 경험이 없는 작업자들이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작업 전 배터리를 충분히 방전해야 하는 지침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907개 전산망 '셧다운'…곳곳 혼란 속 복구 총력
이번 화재로 대전 본원에서 관리하는 총 907개 정부 행정 정보 시스템은 일제히 '셧다운'됐다. 정부는 서버의 급격한 가열이 우려돼 선제적으로 전원을 차단, 정보 시스템 가동을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불은 화재 발생 22시간 만인 다음날 오후 6시께 완전히 진화됐다. 하지만 중단된 시스템은 바로 재가동되지 못했다. 시스템 특성에 따라 순차적으로 재가동 검증 작업을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었다.
이에 따라 국민 생활과 밀접한 국민신문고, 정부24, 모바일 신분증, 복지로, 인터넷 우체국, 안전디딤돌, 나라장터 등 주요 대국민 시스템은 물론 정부 부처 홈페이지도 접속이 불가능하게 됐다. 불씨 하나에 국가 전산망이 완전히 멈춘 것이다.
주민센터·우체국·은행 곳곳에는 대면으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발걸음들이 이어졌고, 공무원 업무 전산망 '온나라시스템'이 먹통되면서 정부 부처도 문서 결재 서류를 '수기'로 작성하는 등 '아날로그 시대'로 회귀해야 했다.
전산망 장애 사태로는 처음 중대본을 가동한 정부는 8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하는 등 복구 작업에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우편, 택배, 금융 등 이용이 많아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었던 만큼 관련 시스템 복구를 최우선 순위에 뒀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중요 민생 관련 시스템은 밤을 새서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복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추석 연휴 첫 날인 지난 3일 전산망 장애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행안부 공무원이 투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직원들의 충격과 함께 복구 작업에는 일부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윤호중 장관은 "장애 복구를 위해 밤낮 없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직원들의 고충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측면이 있어 무거운 마음"이라며 직원 심리상담 지원과 과중한 업무부담 경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복구 아직 60%대…내달 20일까지 재개한다지만
정부가 복구 작업에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지만, 화재 발생 한 달을 맞은 현재 복구율은 아직 6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6시 기준 정상화된 시스템은 709개 중 468개로, 복구율은 66.0%다.
이 중 국민 파급력이 큰 1등급 시스템은 40개 중 33개(82.5%)가 복구된 상태다. 이어 ▲2등급 68개 중 52개(76.5%) ▲3등급 261개 중 180개(69.0%) ▲4등급 340개 중 203개(59.7%)다.
당초 정부는 시스템 복구에 최소 4주 가량 소요돼 10월 말께는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화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7-1 전산실의 경우 국민신문고 등 96개 시스템이 전소되고, 같은 층에 위치한 7·8전산실도 분진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복구 작업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특히 정부는 복구 속도가 더딘 이유로 '시스템 연계' 문제를 꼽고 있다. 전소된 96개 시스템의 경우 화재 영향이 적은 다른 2~4층 전산실의 시스템과 연계돼 운영되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96개 시스템을 대구센터로 이전해 복구하려던 계획을 선회해 일부 시스템은 대전센터 내 다른 전산실에서 복구하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나머지 20개 시스템만 대구센터로 옮겨 복구하기로 했다.
김민재 차관은 이와 관련 "시스템 전체를 대구센터로 이전하는 것보다 대전센터에서 신속히 장비를 수급해 복구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기술적 판단을 반영했다"며 기존 계획보다 신속한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대구센터로 이전해 복구하는 20개 시스템을 제외하고, 전체 97%의 미복구 시스템을 11월 20일까지 재가동하겠다는 목표를 다시 세웠다.
다만 20개 시스템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 복구 시점은 아직 밝히지 않은 데다 복구 상황에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시스템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최소 연말은 돼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뉴시스
2025.10.25 (토) 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