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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이 장기화한 가운데 연말 정치 불안까지 소비시장을 얼어붙게 만들며 소매판매는 카드대란 사태가 있었던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024년 전(全)산업 생산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산업생산 증가율은 2022년 4.6%를 기록한 뒤 2023년(1.0%)과 2024년(1.7%) 2년 연속으로 1% 대에 그쳤다.
광공업 생산은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수출 출하가 4.0%로 크게 늘었지만, 내수 출하는 2% 감소하며 2년 연속 하향곡선을 그렸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1.4%를 기록했다.
소비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해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폭은 카드대란 사태가 있었던 2003년(-3.2%) 이후 가장 컸다.
승용차 등 내구재(-3.1%)와 음식표품 등 비내구재(-1.4%), 의복 등 준내구재(-3.7%) 판매가 모두 줄었다. 업태별로 보면 무점포소매(2.4%)와 면세점(3.1%)은 증가했지만 전문소매점(-3.4%),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4.1%), 슈퍼마켓 및 잡화점(-5.9%), 백화점(-3.3%), 대형마트(-2.3%)는 큰 폭으로 줄었다.
투자의 경우 설비투자는 호조를 보였지만 건설투자는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2.9%), 운송장비(7.8%) 등에서 늘면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선행지표 성격의 국내기계수주도 1.2% 늘었다.
건설기성은 4.9%나 급감했다. 토목(1.8%)은 증가했지만 건축(-6.9%)에서 공사 실적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다. 다만 선행지표 성격인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올 한 해는 반도체와 의약품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제조업이 산업을 견인하는 흐름이었다"며 "서비스업 생산도 상승 흐름은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미숙 심의관은 "그에 비해 소매 판매나 건설 같은 경우는 1년 내내 좋지 않은 상태다. 다만 최근에 건설 수주가 괜찮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언제 건설기성으로 반영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12·3 계엄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12월의 경우 소비가 부진했던 반면 생산과 투자는 비교적 양호했다.
12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월간 전산업 생산은 지난해 9월(-0.4%), 10월(-0.3%), 11월(-0.3%) 3개월 연속 하향곡선을 그리다 12월 반등에 성공했다.
광공업(4.6%)과 서비스업(1.7%) 생산이 모두 증가했다. 광공업 부문에선 인공지능(AI) 분야 수요 확대로 수출이 호조를 보인 반도체(5.6%)와 파업 등 생산 차질 요인이 해소된 자동차(10.7%) 등 업종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의 경우 숙박·음식점(-3.1%) 생산이 감소했지만 금융·보험(5.3%), 도소매(2.8%) 등 업종은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5%로 전월보다 1.9%포인트(p) 상승했다. 재고/출하 비율은 101.2%로 전월 대비 12.4%p 하락했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감소하며 부진 흐름이 이어졌다. 비내구재(1.0%)에서 판매가 늘었지만 내구재(-4.1%)와 준내구재(-0.6%)에서 판매가 줄었다.
소매업태별로 보면 전문소매점(0.3%)에서 판매가 증가했지만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8.2%), 대형마트(-9.3%) 등에서는 크게 감소했다.
소비는 지난해 9월(-0.3%)와 10월(-0.7%)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11월(0.0)엔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12월 들어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39.1%)와 정밀기기 등 기계류(1.9%)에서 투자가 모두 늘면서 전월 대비 9.9% 증가했다.
건설기성은 토목(-10.9%)에서 공사실적이 줄었으나, 건축(5.9%)에서 늘면서 전월 대비 1.3% 증가했다.
하지만 선행지표 성격인 국내기계수주(-5.4%)와 건설수주(-26.0%)는 모두 크게 감소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 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과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 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p 하락했다.
공 심의관은 "생산은 괜찮은데 지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12월 역시 생산 부문에서는 증가폭이 컸지만 소매판매가 감소했고, 고용도 마이너스였다. 이런 흐름이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