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34만명·부품기업 1.5만개…韓경제 대들보 車업계 트럼프發 관세에 휘청
검색 입력폼
경제

고용 34만명·부품기업 1.5만개…韓경제 대들보 車업계 트럼프發 관세에 휘청

생산액 290조·부가가치 67조·수출 938억불 국가경제 기여
전국 부품기업 1만5000개 고른 분포…지역 균형발전 중추
대미 수출 감소 나비효과로 고용감소 지역경제 악화 우려

[나이스데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차량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한 것을 두고 연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뉴스로는 관세 폭탄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는 소식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해당 제품을 구입하는 미국인들의 피해가 가장 먼저 우려될텐데 우리나라에선 완성차 업체들을 비롯해 부품회사 등이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섞인 뉴스가 많이 나올까요.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선 자동차 산업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대미 무역관계,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영향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다른 업종 대비 고용과 생산액, 부가가치 측면에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높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산업은 고용 34만명, 생산액 290조원, 부가가치 67조2000억원 등을 기록했습니다.

34만명의 고용은 전체 제조업에서 11.4%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자동차를 만드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전후방 산업의 고용까지 포함하면 15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낸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1대가 팔릴 경우 방향제, 세차 용품 등 다양한 자동차 용품 기업의 제품 구매율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있기 때문에 전후방에 다양한 산업이 생겨나고 여기에서 또 다른 고용과, 생산액 등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지역 균형발전에도 자동차 산업은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1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부품이 생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1만5000개가 넘는 부품기업들이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위치한 부품 기업들은 수도권 23%, 동남권 27%, 충청권 25%, 대경권 20% 등으로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고 지역 상권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미래차 시대가 도래하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수소, 반도체, 통신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자동차 1대에 집약될 수 있는 만큼 전후방 산업에서의 영향력은 현재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 나오고 있습니다.

수출액도 반도체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자동차와 부품 수출액은 933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3.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습니다.

특히 2020년 560억 달러, 2021년 692억 달러, 2022년 774억 달러, 2023년 938억 달러 등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차량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자동차는 미국에 얼마나 수출되고 있을까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자동차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342억 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액 1278억 달러 중 26.76%에 달합니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인 708억 달러와 비교하면 50% 가량이 미국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기업별로는 현대차 63만7000대, 기아 37만7000대, 한국지엠 41만9000대 등의 대미 수출을 보였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비롯해 전기동력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1년 226억8854만 달러, 2022년 279억8098만 달러, 2023년 444억2430만 달러, 2024년 556억6508만 달러 등 자동차 수출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을 알아보겠습니다. 관세가 부과되면 기존에 1000만원에 판매됐던 제품이 1250만원에 판매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관세를 부과한 만큼 해당 금액을 판매가격에 반영하면 손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고민거리가 생겨납니다. 소비자들이 1000만원에 팔던 차량을 1250만원에 구입하고 싶어할까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관세가 부과되기 전 가격에 차량을 구매하려고 할 수 있고 기업도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은 손해를 감수하고도 가격을 동결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론 기업이 판매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미국 현지 기업에서 판매되는 차량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수출액도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미국 내에서 차량 판매율이 줄어든 것은 국내에서도 다양한 나비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제품 판매율 하락, 이에 따른 고용감소, 지역 경제 악화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엔 한국지엠의 철수설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한국지엠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49만4000대의 차량을 생산해 미국에 41만9000대를 수출하는 등 대미 수출비중이 84.8%에 달하는데 관세 부과로 인한 손해가 가장 큰 기업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자동차 생태계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 대책'의 일환으로 자동차·부품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산기반 유지·확충을 위해 총 16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당초 정부는 올해 자동차산업 정책금융으로 미래차 육성 5조원, 자동차 부품전환 8조원 등 13조원을 책정했지만 미국 정부의 과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유동성 자금 3조원을 신규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수출바우처를 올해 2400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 확대하고 올해 6월 일몰되는 단기수출보험료 60% 할인 방안도 연말까지 연장하고 부품기업에 전용 선복을 제공하는 등 수출 물류 부담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에 부과된 상호관세 25%를 유예 또는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자동차 품목별 관세로 부과된 25% 관세에 있어서도 예외국 인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입니다.

1분기 우리나라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78억 달러로 전년대비 11% 감소했습니다. 아직 국가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품목별 관세 25% 시행에 따른 영향으로 벌써부터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너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자리,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을 수 있는 만큼 24일(현지시간) 한·미 2+2 통상 협의를 통해 양국간 고위급 협상의 물꼬를 튼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최대한 우리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협상 결과물을 이끌어내길 기대합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