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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장의 증언이다. 이 지회장은 "현재의 법조항으론 진짜 사용자와 교섭은커녕 대화조차 불가능하며 부당하게 가해지는 손해배상 청구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법 2·3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국회노동포럼 등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한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현장노동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노란봉투법'이라고 표현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양대노총 등 노동계와 더불어민주당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의제로 선정한 법안이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에서 법원이 노조에 47억원의 손해배상 가압류 판결을 내리자, 시민단체가 노란봉투에 성금을 모아 전달한 것에서 유래됐다.
사용자 개념 및 노동쟁의 범위 확대, 노조가입자 제한 요건의 삭제 등을 담은 2조 개정안과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3조 개정안으로 구성된다. 현행법상 하청업체 노조는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직접 교섭이 불가능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으로 무산됐는데, 이날 모인 참석자들은 현장증언을 통해 재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지회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파업에 들어갔지만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손해배상 청구로 고통받고 있다"며 "정당한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면 민법을 들고 나와 '불법' 낙인을 찍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낡은 노조법을 탄압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로켓배송'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강민욱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부위원장은 "모든 시스템을 중간 영업점이 아닌 원청 쿠팡CLS가 정하고 그에 맞게 일하고 있지만 정작 쿠팡CLS와 교섭할 수 없다"며 "쿠팡은 이를 이용해 과로 수준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택배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과 대우는커녕 막대한 인건비를 절감하고 사용자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연료처럼 쓰이다 버려지는 이 현실을 바꾸는데 노조법 2·3조 개정은 최소한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김정원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장은 "LG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기본급, 퇴직금, 연장수당 등 법이 정한 임금이 전혀 없고 고객의 갑질이나 성희롱을 당해도 회사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며 "현실은 LG전자와 대응한 계약관계 속에 자유롭게 프리랜서처럼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LG 마크가 찍힌 유니폼을 입고 LG 가전제품을 점검하지만 LG전자는 우리의 노동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LG전자를 교섭 자리에 불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언에 이어 신하나 노조법 2·3조개정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노조법 2조의 '사용자' 정의가 협소해 실질적인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데 악용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사용자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지만 노동 3권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노조법 하에서 단결권을 행사하기란 너무나 어렵다"며 "정당한 노동 3권을 불법파업이라고 재단한 뒤 가해지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도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맞춰 노조법 2·3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