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소비심리…민생회복 쿠폰 불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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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아나는 소비심리…민생회복 쿠폰 불붙일까

6월 소비자심리지수, 108.7…4년만 최고치
계엄 이후 88선까지 추락했다 5~6월 반등
내구재 판매↑…"사도 되겠다" 인식 회복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 쿠폰 신청·지급
지역경제 활력·소비심리 상승 견인 기대

[나이스데이] "이제는 조금 지갑을 열어도 되지 않나 싶네요."

12·3 불법 계엄 이후 추락했던 우리 국민들의 소비 심리가 6개월 만에 크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과 향후 소비 여력에 대한 가늠자인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8을 넘어서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건데요.

한때 바닥까지 추락했던 소비자심리지수, 그 원인은 무엇이었고 최근 회복세를 이끄는 동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선 소비자심리지수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아봅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국민이 느끼는 경제 상황을 여섯 가지 항목으로 나눠 점수화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현재의 생활 형편 ▲앞으로의 경기 전망 ▲가계 수입의 변화 가능성 ▲소비 지출 계획 ▲금리 인식 ▲주택 가격에 대한 전망 등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현재생활형편CSI'는 현재 본인의 가계 형편이 1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나아졌다고 느끼는지를, '소비지출계획CSI'는 앞으로 6개월간 소비를 늘릴지 줄일지를 묻는 항목이죠.
이 여섯 개 항목의 지수를 평균 낸 종합 수치가 바로 소비자심리지수입니다.

이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어서면 소비자들이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고, 100 아래로 떨어지면 비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일 이 소비 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일이 벌어졌죠. 바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입니다.

반국가세력 척결과 부정선거 의심을 이유로 국회에 무장 군인들을 보낸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국민들의 일상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무너졌습니다.

헌정 질서 파괴와 정치 불안정은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키웠고, 국민들은 소비보다 생존과 보존을 우선하는 심리 상태로 돌아섰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고스란히 통계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2로, 전월 대비 무려 12.5p나 하락했습니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초기 충격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지난한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탄핵 정국으로 대한민국이 양쪽으로 갈라져 서로를 힐난했고, 그 사이 미국의 관세 위협은 거세지기만 했습니다.

소비심리도 1월 91.2, 2월 95.2, 3월 93.4, 4월 93.8을 기록하며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사건 하나가 국민 심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사례죠.

그런데 봄바람이 살랑이던 5월 이 지수가 101.8로 전월 대비 8.0p 뛰어오르면서 5개월 만에 기준치(100)를 넘어섰습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던 정치 리스크가 다소간이나마 해소된 영향이었습니다.

또 당시 미국이 상호관세를 약 두 달간 유예하면서 통상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을 통한 경기 부양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희망이 작용한 결과였죠.

이 같은 흐름은 6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8.7로 전월(101.8)보다 6.9p 올라, 2021년 6월 기록한 111.1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소비 심리는 실제 지출 흐름과도 연결됐습니다.

6월 카드 승인액(국내 소비)은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했고,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도 같은 기간 28.8% 늘어났습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5월 보합세(0.0%)를 보였지만, 자동차·가전 등 내구재(1.2%)와 의류·잡화 등 준내구재(0.7%) 판매가 늘어나며 소비심리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특히 내구재는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 없이는 지출하기 어려운 고가 항목인 만큼, 국민들의 심리 속에 "살 수 있다", "사도 되겠다"는 인식이 되살아났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정부도 소비 회복 흐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 브리핑에서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지만, 대내 불확실성은 많이 완화되면서 소비자심리가 계속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어 "6월 CCSI가 기준치를 상당폭 상회한 것은 최근 주가 상승과 추가경정예산(추경)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소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내일(21일)부터 신청·지급이 시작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향후 소비 심리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번 쿠폰 사업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1인당 최대 45만원의 바우처를 지급해, 단기적인 소비 여력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방식입니다.

동시에 소상공인·전통시장 등 지역상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체감 경기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무엇보다 '쿠폰을 받으면 쓴다'는 단순한 효과를 넘어, 정부가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는 신호 자체가 국민들의 심리를 되살리는 간접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향후 소비자심리 상승세에 어느 정도 힘을 보탤지, 이번엔 기대를 갖고 한번 지켜봅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