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열대야…가볍게 넘겼다간 만성 불면증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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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잠 못드는 열대야…가볍게 넘겼다간 만성 불면증 부른다

체온 잘 안 떨어져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
매일 같은 시간 기상, 불면 증상 완화 도움

[나이스데이] 열대야에는 잠 들기 어렵고 자다가 깨는 일이 잦아지는 불면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불면 증상은 만성피로로 이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만성화될 수도 있어 규칙적인 생활과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열대야는 전날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체온이 오르기 시작해 저녁에 최고에 달하고 잠자리에 들면서 점차 떨어진다. 하지만 열대야가 발생하면 체온이 떨어지기가 어려워 잠들기 어렵고 잠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불면증이 발생한다.

열대야 동안의 높은 주변 온도는 신체가 열을 발산하기 어렵게 만들어 체온이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열 조절의 방해는 신체가 잠드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잦은 각성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신체가 어둠과 온도 저하를 감지할 때 생성된다. 그러나 높은 주변 온도는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해 수면 과정을 더욱 방해할 수 있다.

김선영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히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과 긴 일조 시간은 멜라토닌 분비 억제와 생체리듬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수면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로 ▲잠들기 힘들다 ▲잠자는 도중 계속 깬다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설잠 잔 것처럼 피곤하다 등의 증상을 느낄 때 불면 증상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적극적인 치료를 요하는 만성 불면장애로 진단한다.

수면 부족이 누적되면 단기적으로 낮 동안의 졸림, 피로감이나 불쾌감 유발, 주의력이나 집중력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간의 수면 부족은 인지·지각·주의력 저하, 심혈관질환이나 암 발생 위험 증가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불면증 병력이 있는 사람에서 암 위험이 24% 증가했다는 메타 분석(여러 연구 결과 통합 분석) 결과도 있다. 별도의 메타 분석에서는 불면증이 있으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1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사고와 행동 등 정신건강, 신경 퇴행성 질환, 알츠하이머병, 섬망 등과의 관련성도 보고됐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특히 노년층은 체온 조절 기능 저하와 수면 구조 변화로 열대야에 취약하고,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유소아(6~12세)는 성장호르몬 분비 장애로 발달 지연 가능성이 있고, 면역력 저하로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지며 학습력과 기억력도 감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과질환자는 열스트레스로 증상이 악화 될 수 있고, 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질환자는 습도 증가로 호흡곤란이 가중될 위험성도 있다. 심혈관 질환자는 열대야로 인한 교감신경 항진으로 혈압의 변동성 증가하고, 수면 중 혈류량 변화로 심부전이나 부정맥 발생 위험도 상승한다.

불면증은 원인을 찾아 교정한다. 생활습관 개선 등의 노력으로도 불면증이 계속된다면 수면 보조제를 고려하기도 한다. 특히 불면증이 지속되면서 불안·기분장애 같은 정신과적 질환이나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외상성 뇌질환자,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등을 동반한 환자는 관련한 의학적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여름철 불면증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매일 같은 시간에 기상하는 습관은 생체리듬을 안정시키고 불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술, 담배, 커피, 콜라, 녹차, 담배는 가급적 멀리하는 것이 좋다. 커피는 체내에 열두 시간 정도 머무르기 때문에 오전 10시 반 이전에 한 잔 마시는 것이 권장된다. 알코올은 수면 유도 효과를 갖고 있으나 대사 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산물은 수면 유지에 문제를 일으켜 이른 새벽 각성을 유발하고, 장기화되면 수면 자체의 변화를 유발한다. 니코틴은 도파민의 활성을 증가시켜 각성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체온을 식히는 효과를 얻으려면 초저녁 30분 정도 가벼운 조깅이나 속보, 산책 등이 도움이 된다. 잠들기 전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침실의 경우 어둡고 조용하게 만들고, 편안한 침구를 사용해 숙면에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좋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잠들기 전 명상이나 독서 등으로 심신을 안정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내 온도는 되도록 섭씨 25~28도, 습도는 50~60% 정도로 유지한다. 에어컨은 1시간 이상 가동하지 않는 것이 좋고 바람이 조금이라도 분다면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이용해 실내 공기를 흐르게 하는 것이 더 좋다.

김 교수는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은 하루의 컨디션과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약물 치료에 앞서 수면 위생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우선 확인하고, 잠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나 억지로 잠을 자려는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