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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쌀과 소고기 개방을 막아냈다고 자평했지만 한미 간 입장차에 대해 짚어볼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미국산 사과 등 검역 절차를 논의키로 하는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둘러싼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28일 관련 당국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새벽 '3박 6일' 일본·미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대통령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경제·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농업계의 우려가 컸던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관련 언급은 회담 기간 일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공동선언문이나 한미 상호관세협상 관련 구체적인 합의문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은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며 회담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냈지만 농축산물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겨 여전히 개방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정부는 쌀과 소고기의 추가 개방을 막아냈다는 입장이지만 한미간 입장차를 정확하게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말 전해진 한미 상호관세 협상 타결 결과 정부는 미국이 강하게 요구한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를 통해 농산물을 완전 개방하기로 했다고 암시하는 등 그간 있었던 한미 간 입장 차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이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했던 미국산 과채류 수입위생절차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앞으로 미국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정상회담 후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미국은 시장 개방을 원한다"며 "우리 농민과 제조업자, 혁신가를 위해 시장을 계속해 개척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추가적으로 시장 개방을 압박할 경우를 염두에 둔 대응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한우협회는 "정부는 이번 협상을 계기로 추가 협상 압박이 있더라도 농민, 그리고 국민이 불안해 하고 흔들리지 않도록 선제적 대책 마련을 준비하기를 바란다"며 "식품 안전기준과 검역주권을 흔드는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선 단호히 거부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켜내는 당당한 행보를 이어가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부는 검역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는 한편 농업경쟁력 제고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검역 8단계라는 장치는 우리 혼자 빨리 속도를 낸다고 혹은 상대방 국가 혼자 빨리 속도를 낸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검역 절차를 간소화하는 건 불가능하고 시간을 인위적으로 앞당기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외국산 농산물이 국내에 수입되려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식물 위생·검역(SPS) 규정에 따라 8단계의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쳐야한다. 미국산의 경우 사과(2단계), 배(3단계), 감자(6단계) 등 10여 품목이 검역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미 관세협상 당시 미국 측은 검역 절차가 너무 느리다는 의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미국산 과채류 신규 수입 승인 절차 등을 전담할 'US 데스크'를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우리는 북미, 남미, 중동 등 대륙별로 담당자를 배정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농축산물 추가 시장 개방 논의가 없었던 것은) 우리 정부가 농업의 민감성을 크게 고려한 결과"라며 "정부는 앞으로 농업 경쟁력 제고에 힘쓰겠다"고 언급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