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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부터 유튜버, 언론사, 스타 강사에 이르기까지 고발 대상은 다양한데, 법조계에선 내란 개념을 증명하기 어려워 내란선동죄로 처벌하는 건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與野, "내란선동" vs "무고" 고소·고발전
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이로부터 파생된 내란선동 혐의 고발사건이 연일 경찰에 접수되고 있다.
먼저 정치권에서 고발전이 확산됐다. 계엄 선포 일주일 뒤인 20일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석 변호사가 이번 계엄 선포가 내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에 석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에 관해 본인이 주관적 의견으로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 내란 선동·선전죄로 고발했다"며 "고발 책임자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료와 여당 정치인들도 고발 대상이 됐다. 민주당은 이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정 당협위원장, 채일 국방홍보원장, 전광훈 목사, 이은우 한국정책방송원장 등을 내란 선전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달에는 민주당의 무더기 고발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맞고소·맞고발하면서 여야 신경전이 고조되기도 했다.
민주당 내란극복·국정안정 특별위원회는 1월2일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경원·윤상현·박상웅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 8명과 유튜버 4명을 내란 선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바로 다음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내란극복·국정안정 특별위원장 등을 무고,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 한 축인 여당 의원들에 대해 무고성 '내란선동죄 고발'을 남발함으로써 국회 기능까지 왜곡하려고 한다"며 "맞고발을 통해 바로 잡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보수 유튜버, 네티즌, 언론사도 고발당해
내란 선동 혐의 고발은 주로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 정당했다고 옹호하거나, 사법부에 대한 폭력 행위를 암시한 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수 계열 유튜브 중에는 '공병호TV', '그라운드씨', '김상진tv', '김채환의 시사이다', '민경욱TV', '신의한수', '신 남성연대', '이삿갓TV' 등이 지난달 10일 내란 선전 혐의로 고발당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시한 보수단체와 신문사 관계자 등 12명이 내란 선전·선동, 특수협박 혐의로 고발당했다.
앞서 해당 신문사에는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경우 국민 저항으로 엄중한 단죄와 처벌이 내려질 것" 등의 표현이 담긴 전면 광고가 게시된 바 있었다.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의 이용자, 운영진들이 관련 혐의로 고발당하는 일도 있었다. 진보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디시인사이드와 일베저장소에서 활동하는 복수의 성명불상 이용자, 커뮤니티 운영진 등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준비위원회는 고발장에 구체적인 폭력 행위를 모의한 성명불상의 이용자 120여명에게는 내란 음모·선동 혐의, 불법적 내용의 게시물을 방치한 운영진들에 대해선 내란 방조 혐의를 기재했다.
이달 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는 한국사 일타 강사 전한길씨가 내란 선동 및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시민단체는 "전씨는 구독자가 백만 넘는 자신의 대형 유튜브 채널은 물론 대규모 윤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 '좌편향의 불의한 헌법재판관 4인이 진행하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불공정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보수성향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내란선동 혐의 적용 '신중론'
고발장이 접수되면 일단 입건이 되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 됐다는 것만으로 죄가 있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경찰이 고발장 접수 후 빠른 시일 내에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경우도 있다. 사랑제일교회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가 대표적 사례다.
전 목사는 지난 19일 새벽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다. 전 목사는 과거 '국민 저항권'을 언급하거나, 윤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7명 인원의 수사팀을 꾸려 전 목사에 대한 내란 선동·선전 혐의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시민단체 10여곳이 전 목사를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서부지법 관할서인 마포서 역시 전씨의 폭력 교사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전 목사는 전날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부지법에서 연설할 때 절대로 폭력을 쓰지 말라고 연설했다"며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 선동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내란 선동 혐의 처벌로 이어지는 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란 선전이나 선동 혐의가 입증되기 위해선 '내란'이라는 개념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증명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내란 선동 혐의가 적용되려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내란이 시행되는 것을 선동해야 하는데, 단순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지지하거나 헌법재판소를 비난하는 것은 내란 선동이 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폭동을 사람들에게 결의시켜 행동하게 해야 하는데, 경찰에서 이런 증거를 수집하고 범죄사실을 입증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판사를 끌어내라' 등 구체적인 발언이 없으면 내란 선동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도 "내란 선동 혐의로 처벌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달리 이번 발언이 구체적인 내란 행위를 띠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과격한 표현에 대한 도의적인 비판은 가능하겠으나 형법상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