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 어린데 장애가족 돌보는 '영케어러'…10명 중 3명 "외출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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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어린데 장애가족 돌보는 '영케어러'…10명 중 3명 "외출도 불안"

장애인개발원, 중증장애가족 영케어러 설문조사
평균 돌봄기간 6.9년…절반 이상이 "매일 돌본다"
집 밖 나가면 따가운 시선…오랜 돌봄에 지치기도
10명 중 2명은 "스트레스 받을 때 해소법 없다"
연구진 "경제적 지원 중요"…'케어러 수당' 제안

[나이스데이] 중증 장애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청년 10명 중 3~4명은 가족을 집에 혼자 두기 불안해 외출을 망설이는 등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족 돌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발간한 '중증장애 가정의 영케어러 지원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25일까지 만 18세 이상 34세 이하 영케어러(Young carer) 210명을 대상으로 돌봄 관련 고충 등에 대해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영케어러는 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이나 청년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는 외부 신체장애, 감각장애(시각·청각·언어), 발달장애, 정신장애, 내부 신체장애 등 중증장애인 가족을 돌보고 있는 사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응한 영케어러들은 평균 20.2세에 중증장애 가족을 돌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미성년 시기에 돌봄을 시작했는데, 장애 유형별로 나눠보면 특히 감각장애 가족이 있는 영케어러의 평균 돌봄 시작 연령이 15.7세로 낮은 편이었다.

응답자들이 가족 돌봄을 해온 기간은 평균 6.9년이었고, 응답자의 절반 이상(51.8%)은 가족을 거의 매일 돌본다고 답했다. 외부신체장애, 정신장애 가족을 돌보는 영케어러의 경우 돌봄 빈도가 다른 장애유형보다 다소 높았다.

집 안에서 가족을 돌볼 때 가장 어려운 점을 물었을 때 전체의 36.2%는 '가족을 집에 혼자두기 불안해서 개인적 일정으로 외출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발달장애 가족이 있는 영케어러는 '돌봄자체의 어려움(31.0%)', 감각장애 가족이 있는 영케어러는 '오랜 시간 집에서 돌보는 일에 대한 우울(38.1%)'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집 밖에서 겪는 문제도 장애 유형별로 차이가 있었다. 발달장애 가족을 둔 영케어러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정신장애와 내부신체장애 가족을 둔 경우엔 '가족과 소통의 어려움'이 각각 가장 힘들다고 했다. 외부신체장애와 감각장애 유형은 '환경적 제약'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응답자들이 돌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주된 방법(42.9%)는 'TV시청·인터넷·독서 등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고 그 외 20.0%는 등산·운동·여행·영화보기 등 취미생활을 한다고 했다. '아무런 해소법이 없다'는 응답은 18.6%로, 적지 않은 수의 영케어러가 스트레스 관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들에게 가족을 돌보는 데 가장 필요한 지원을 물었을 땐 소득지원(22.4%), 의료지원(17.1%), 간병지원(16.2%), 일상생활 지원(16.2%) 순으로 답이 나왔다.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개인시간 확보(39.5%) 욕구가 가장 높았고, 그 뒤는 자기개발(17.6%), 학비·생활비 등 경제적 지원(16.7%), 심리상담(16.2%) 순이었다.

그간 장애인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는 주로 장애 자녀를 둔 비장애 부모에 집중돼 있고 장애 부모를 둔 비장애 자녀를 위한 사업이나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가족돌봄 등 위기 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은 영케어러와 고립·은둔 아동·청년을 위한 전담 지원 조직을 지정하고 맞춤형 사례관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진은 "영케어러에겐 1회성 지원보다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여러 지원 중에서도 경제적 지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체계적인 기준과 범위를 설정해 케어러 수당과 같은 경제적 지원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영케어러 가족 돌봄에 대한 부담 경감을 위해 기존 장애인 지원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비장애 영케어러에게 장애 관련 복지서비스에 대해 적절히 교육 혹은 안내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