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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외신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최근 인체 감염 사례가 자주 보고되는 AI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진 'H5N1'형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6일 사람이 집 뒷마당에서 기르던 가금류와 야생 조류에 노출된 뒤 H5N1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를 보고했다. 또 영국 보건안전청(HSA)도 지난달 27일 농장에서 감염된 조류와 접촉한 뒤 H5N1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아시아 지역은 겨울 철새가 주로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이 때문에 H5N1형은 최근 국내 가금농장에서도 확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29일 첫 발생 이후 지금까지 닭과 오리 농장에서 32건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 감염 사례가 나왔다.
특히 설 연휴 이후인 지난달 30일(전북 김제 산란계 농장), 31일(전북 부안 육용오리 농장), 지난 1일(전남 함평 종오리 농장)에는 사흘 연속으로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발생 지역도 전북 9건, 충북 5건, 경기 4건, 전남 4건, 충남 3건, 경북 2건, 경남 2건, 인천 1건, 세종 1건, 강원 1건 등 전국으로 확산된 상황이다.
AI는 전파 과정에서 다양한 변이를 만들어내면서 사람에게까지 전염되고 있다. 감염 사례가 많진 않지만 치명률은 매우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261건의 H5N1형 감염 사례가 발생했는데 이 중 14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국내에서는 AI의 인체 감염 사례가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금농장에서 AI가 발생했을 때 살처분 등 방역 작업에 사람이 투입되기 때문에 인체 감염 우려가 존재한다. 또 전문가들은 이런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포유류나 인체에 감염 위험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H5N1 바이러스가 '인간 대 인간 전염'을 일으키는 수준까지 진화할 경우 코로나19보다 심각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지영미 질병관리청장도 AI의 팬데믹 위험성을 언급한 이유다.
지 청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전 세계에서 감염병 전문가들이 AI 인체 감염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지금 보고된 사례를 보면 언제라도 AI 인체 감염과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AI 인체 감염은 산발적인 사례로만 보고됐고, 국내에서는 아직 한 건도 없지만 위험성이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질병청은 아직까지 AI 바이러스가 사람 대 사람 감염을 일으킬 정도의 위험 요인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바이러스가 종을 넘어서 전파될 정도로 변이를 일으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도 사람이나 포유류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는 되고 있지만 바이러스가 사람간 전파가 잘 되는 특징이 있는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철새 도래 현황과 국내외 확진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고병원성 AI의 추가 발생 위험이 크다고 보고 2월 한달간 집중 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6년 이후 발생 이력이 있는 27개 위험 시군을 선정해 특별점검과 일제검사를 실시한다. 집중 소독 주간을 설정해 산란계와 오리농장에 대한 소독도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ASF는 지난달 20일 경기 양주의 한 양돈장에서 올해 처음 발생했다. 2019년 9월 국내 첫 발생 이후 50번째 사례다.
하지만 ASF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사람이 감염될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인체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SF는 돼지에게 특화된 바이러스다. 바이러스 입자가 커서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