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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전국 지구대·파출소 수는 2046개다. 근무형태 별로 보면 ▲3조1교대 25개 ▲3조2교대 242개 ▲4조2교대 1213개 ▲5조3교대(심야) 83개 ▲5조3교대(오후) 1개 ▲8조2교대 1개 ▲기타 481개다.
현재 지역경찰 근무 형태는 각 관서 상황에 맞춰 다양하다. 다만 과거보다 관할이 넓어진 데다가 현 체계에선 근무시간이 대개 하루 12시간을 넘기다보니 체력적 부담에 대응력도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샹황이다.
이에 경찰은 교대근무 형태를 변경해 업무 집중력 높이고 현장 대응력 강화한다며 시범운영 추진 배경을 밝혔다.
시범운영 되는 4조3교대는 주간 8시간(오전 7시~오후 3시), 오후 8시간(오후 3시~오후 11시), 야간 8시간(오후 11시~오전 7시) 근무와 휴무·비번이 이어진다. 기존 3조2교대를 운영하는 관서는 주 근무 시간이 56시간에서 42시간으로 줄어들고, 4조2교대를 하는 관서는 주 근무시간은 동일하나 하루 근무시간이 감소한다.
5조3교대의 경우는 주간 또는 심야 2시간에 2개 팀을 중첩하는 형태로 주간, 오후, 야간, 휴무, 비번 순서대로 근무하게 된다. 기존 4조2교대 관서는 주 근무시간이 5.6시간, 기존 5조3교대 관서는 주 근무시간이 2.8시간 감소한다.
◆전국 2046개 관서 중 117곳, 인력 충원 필요한 4조2교대 선호
경찰은 8개 관서에 대해 지난 13일부터 오는 12월 7일까지 8주간 시범운영을 하고 현장 대응력과 근무자 만족도 등을 바탕으로 단계적 확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일선 경찰들의 근무환경 개선이 목적이지만 경찰 내부에선 구체적 인력 충원 방식이 없이 추진하는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휴일이 80일 넘게 늘어나고 팀원이 더 많아 일선 경찰들이 4조3교대(주간 2회, 오후 2회, 야간 2회, 휴무, 비번 순)보다 더 선호한다는 4조2교대(주간, 야간, 휴무, 비번 순)조차 인력 부족으로 시행하지 못하는 지역 관서가 많다. 결국 인력 충원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근무 타임이 더 많은 4조3교대로 바뀌면, 팀원 수 감소에 대응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 의원실에서 지난 8월 전국 지구대·파출소를 대상으로 4조2교대 근무 형태로 변경을 원하는지 조사했을 때 117곳이 4조2교대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경기남부청의 경우 3조2교대를 실시하는 34개 지구대 파출소 중 30곳(88.2%)이 4조2교대로 전환을 희망했다.
문제는 지난 8월 기준으로 희망 관서 117곳을 4조2교대로 바꾸는 데만 465명 충원이 필요했다. 4조3교대는 주간, 야간 외에 오후 시간대가 추가돼 조 인원수가 더 줄어드는 걸 고려하면, 약 2000개의 관서 중 267곳(3조1교대나 3조2교대)에 4조3교대 시행에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한 셈이다.
한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는 "4조2교대는 전반적으로 다 희망하지만 경찰 내부망 글을 보면 4조3교대는 100% 다 반대한다"며 "인력 충원이 더 안 된 상태에서 팀을 쪼개면 신고 출동이나 현장 대응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이해식 의원은 "최일선에서 국민 안전을 지키는 지구대·파출소 경찰관의 피로 누적은 현장 대응력 약화와 치안 공백으로 직결된다"며 "경찰청은 4조2교대 전환을 희망하면서도 인력 부족으로 고강도 근무를 감내하는 관서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3교대로의 전환은 현장 경찰관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구체적인 인력 충원 로드맵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애주기별 선호 형태 달라…인력·예산 충원 먼저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내부 불만이 나오는 이유로 근무 형태 변경에 따른 수당 감소와 하향식 의사결정을 짚었다. 근무 형태 변화에 대해서는 인력·예산 증가와 함께 생애주기에 맞는 유연한 근무 형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세희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자녀가 대학교에 다니거나 고등학생이어서 학원비가 많이 들어갈 때는 수당이 줄어 부담될 수밖에 없다"며 "인력과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채 근무 형태 변경을 추진하니까 현장과 마찰이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서 특히나 현장 대응 인력은 많이 부족하다"며 "근무형태 변화 방향성이 맞더라도 과학적인 인력 배치와 내부 구성원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김 교수는 또 "경찰의 계층적 구조로 인해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의견을 못 내고 있을 것"이고 구세대는 '사회적 단절' 상태에서 여가 시간이 생겨도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복지 증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역시 "개인마다 사정이 다른데 한 가지 근무 형태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거기에 대해 불만이나 현실에 맞지 않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일선 경찰공무원의 선호도를 가장 우선시하겠다면 예산과 인력을 늘린 후 근무방식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뉴시스